[은행 권총강도]괌서 실탄 반입…공항서 『무사통과』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전쟁기념관에서 훔친 전시용 권총으로 은행을 털려던 강도가 붙잡혔다. 실탄은 멀리 괌에서 구해 왔으나 공항 검색대는 무사통과. 격발‘공이’가 뽑힌 전시용 권총의 공이는 철심을 갈아 만들었다.

▼ 권총 및 총알 입수 ▼

오토바이 수리상 강석민(姜錫民·31·서울 금천구 독산동)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3시경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된 전쟁기념관의 외벽 25m를 ‘암벽타기’로 올라가 옥상 채광창을 통해 침입했다.그는 밧줄로 4층까지 내려온 뒤 계단을 통해 2층 전시실에 들어가 유리 보호벽을 들어내고 공이가 제거된 K5(9㎜구경·D정밀 제작)권총과 뇌관이 없는 실탄 36발을 훔쳤다. 사전에 3차례에 걸친 현장 답사로 침투로와 탈출 통로를 꿰고 있었다.2월말경 청계천에서 철심을 구입한 그는 외국서점을 참고, 철심을 갈아 권총 공이를 제작했다.

강씨는 13일 괌으로 출국, 현지 실탄 사격 연습장에서 탄환 3발을 몰래 들고 나와 15일 이를 호주머니에 넣고 김포공항 검색대를 ‘무사통과’했다.

▼ 강도범행 및 검거 ▼

강씨는 19일 오전 9시33분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울은행 학동지점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채 권총과 가방을 들고 후문을 통해 침입했다.

그는 “진짜 권총이다, 모두 엎드려!”라고 외치며 실탄 한 발을 발사, 직원 17명을 제압한 뒤 후문쪽에 있던 여직원을 인질로 잡고 1억원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두 발의 실탄을 더 벽 등에 발사했으며 5분여가 흘러 사설경비업체 직원과 신고를 받은 경찰관 4명이 도착, 은행 앞뒷문을 막아섰다. 다급해진 강씨는 창구에 흩어져 있던 현찰(7백78만3천만원)을 가방에 담으라고 지시하고 남자 직원을 인질로 잡고 후문을 통해 빠져나가려 했다. 이때 청경과 인질로 붙잡혀 있던 이대용(李大鎔·38)대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강씨를 붙잡았다.

▼ 범행동기 ▼

강씨는 경찰에서 “외제 중고 오토바이 전문 수리상을 운영해왔으나 IMF한파로 1억여원의 빚을 져 은행을 털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훈·박윤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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