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위조,신종 「금융범죄」기승…남의 예금 『꿀꺽』

  • 입력 1997년 10월 29일 20시 13분


위조된 주민등록증으로 남의 예금과 적금을 털어가는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해당 금융기관은 신용도 추락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고 경찰의 공조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두달 동안 이같은 범죄가 A은행에서만 4건, B은행에서 2건이 발생했으며 이밖에도 4개 은행에서 한건씩, 최근 확인된 「예 적금털이」범죄만 10건에 이른다. 범인들은 자기 사진을 붙인 남의 주민증을 은행 창구에 제시, 『통장과 도장을 분실했다』며 개설된 계좌를 확인한 뒤 통장을 재발급받거나 현금카드를 만드는 수법으로 예금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들은 특히 온라인 예금통장과는 달리 비밀번호가 필요없는 주택청약통장을 범행대상으로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0일 A은행 부산 모지점에서 30대 후반의 남녀가 위조된 주민증을 제시하고 P씨(36·경기 안양시 금정동)의 신재형저축 5백70만원을 인출했다. 8월 25일에는 같은 은행 신림동지점에서 청약저축 6백만원이 주인도 모르게 인출됐고 화곡동지점에서는 범인들이 새로 발급받은 현금카드를 이용해 자유저축 5백60만원을 빼내갔다. 이에 앞서 8월 14일 B은행 테헤란로지점에서 김모씨(43·통신기기판매업)의 저축예금 1억2천5백70여만원이 같은 수법으로 인출됐고 7월 21일 충남 아산 C은행에서도 저축예금 1천여만원이 인출됐다. 은행 조사 결과 범인들이 작성한 통장분실 신고서의 필체가 모두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감독원은 지난달 12일 각 은행에 「주민등록증 위변조 예금인출에 대한 사고예방 유의사항」이라는 공문을 보내 △통장 개설은행에서만 통장 재발급을 해줄 것△통장 개설시 필체와 사고신고서의 필체를 대조 확인할 것 등을 지시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확인 과정이 길어져 예금주가 화를 내는 경우 서비스차원에서 특별한 절차없이 통장을 재발급해주기도 하고 주민증을 제시하고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고하면 알려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훈·이명건·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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