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인기학과요. 우린 그런데 신경안써요. 우리의 경쟁 상대는 해외에서 부닥치는 선진국 일류기업이라구요』
전례없는 불황으로 대학가에 「취업비상」이 걸린 요즘 취업 걱정없이 실력을 쌓아가는 학생들이 있다.
지난 3년간 줄곧 취업률 100%라는 대기록을 세운 한국외국어대 말레이―인도네시아(마인·馬印)어과 졸업반. 타대학에서는 학과에 추천요구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울상이지만 이 학과의 경우 지난해 추천서를 재학생에게 써 주고도 남아돌아 일자리가 필요한 졸업생들까지 수소문해 추천했을 정도였다.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국내기업의 현지 투자가 증가하면서 현지언어와 문화에 밝은 사원을 필요로 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
이 학과 학생들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무명학과」의 설움을 톡톡히 받았다. 4학년 박세현(朴世玹·22)씨는 『1학년 때 미팅에 나갔다가 파트너에게 마인어과에 다닌다고 했더니 「말과 사람간의 언어를 배우느냐」며 피식 웃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학과 졸업반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걱정을 덜어놓은 만큼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적이고 남다르다.
정진(丁珍·27.89학번)씨는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을 가진 건설회사에 입사해 현지 건설현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싶다』면서 『5년 후 쯤에는 베트남어과나 태국어과에 다니는 친구 선배들과 함께 현지에 무역회사를 차려 국내시장에 한약재를 도매로 공급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태국 바트화 폭락으로 인근 국가들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인도네시아 국민차 생산에 참여한 기아자동차의 부도사태 등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있지만 취업률 목표는 여전히 100%.
고영훈(高永勳) 마인어과 학과장은 『이미 6명의 졸업생이 대기업에 취직된 상태』라며 『예년보다 어렵긴 해도 올해도 전원 취업의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