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이죠. 여기 중학교 3학년 2반인데요, 자장면 5개만 빨리 배달해 주세요』
서울시내 K중학교 교실의 점심시간.
무스로 머리를 세운 한 학생이 가방에서 시티폰을 꺼내 중국집에 전화를 걸자 얼마 후 철가방을 든 배달원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온다.
도시락을 준비해온 학생들도 자신의 도시락을 팽개쳐둔 채 점심시간의 「별미」를 즐기기 위해 젓가락을 들고 자장면이 차려진 곳으로 몰려든다.
최근 교사의 눈을 피해 교실에서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중고교생들이 늘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는 H군(15.3년)은 『매일 똑같은 도시락을 먹는게 지겨워 보통 1주일에 한 두번씩은 친구들과 돈을 모아 인근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간혹 생일을 맞은 친구가 있는 날에는 탕수육 등 요리도 함께 주문한다는 것.
강남 C중학교와 H고교 등에서도 이러한 풍경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C중학교에 다니는 P군(14.2년)은 『같은반 친구들 중에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휴대전화로 배달을 시킨 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자장면을 먹는 친구도 있다』고 털어놨다.
H고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인 저녁시간에 이처럼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 학교 3년생 K군(18)은 『도시락을 두개씩 들고 다니기가 힘들고 저녁시간에는 밥을 사먹으러 밖에 나갔다 오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교실에서 중국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 주변 D중국음식점 배달원 배모씨(21)는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 경비원에게 「교무실로 배달하는 음식」이라고 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교실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학교의 학생주임은 『최근 중국음식점에 자장면을 배달시키다 적발되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며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이같은 행동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