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참사]사고 희생자 합동진혼식 23일 거행

  • 입력 1997년 8월 23일 14시 11분


KAL機 추락사고로 희생된 2백26명에 대한 천주교, 개신교, 불교, 진혼굿 등 합동진혼식이 23일 오전 7시부터 사고현장이 1백여m 앞에 내려다 보이는 니미츠 힐에서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 열렸다. 대한항공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오전 7시(현지시간) 천주교의식을 시작으로 개신교, 불교, 기독교 의식이 각각 1시간씩 진행됐으며 진혼굿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여동안 진행됐다. 한인천주교회 강영돈신부는 『너무 처참한 사고앞에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뭐라위로의 말씀조차 드릴 수 없다』며 눈물이 솟는 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사고의 그순간에도 하나님은 함께 하셨으리라 믿는다』는 말로 유족들을 위로했다. 강신부는 또 『희생된 영혼들이 저 세상에서나마 거룩한 천사들의 영접을 받게해 달라』라고 기도했다. 의식이 끝난 뒤 일부 유족들은 사고현장이 바라다보이는 경계선앞에 서서 희생된 부모형제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거나 주저앉아 통곡,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으며, 다른 유족은 대한항공이 준비한 흰 국화를 경계선 너머로 던지며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이 편안하기를 빌었다. 그러나 기체 잔해처리작업이 거의 끝난 참사현장은 사고기의 추락으로 잘려진 나뭇가지와 언덕사이로 움푹 패인 황토색 흙만이 사고장소임을 짐작케 할 뿐 다른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어 현지 괌 교회 임의웅목사 등의 주도로 열린 개신교 의식은 「고통의 멍에 벗으려고」라는 찬송가 합창에 이어 신앙고백, 설교순으로 진행됐다. 또한 강릉 등명낙가사 청우스님과 부산 관음정사 법성스님 등 2명이 집전한 불교의식은 예불에 이어 희생자들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천도제순으로 열렸으며 의식이 끝난 뒤 유족들은 두 손을 합장하거나 염주를 손에 들고 사고현장 부근을 돌며 희생자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했다. 이와함께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서울 「새남굿」의 기능보유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104호인 김유감씨의 진혼굿이 펼쳐지고 무속인 5명이 이에 맞춰 장고와 피리 등을 연주하면서 진혼식은 절정에 이르렀다. 특히 진혼굿이 열리는 동안 사고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미국 적십자요원과 괌 현지 주민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의식을 내내 지켜봤다. 「새남굿」은 고려중기부터 시작돼 조선시대에는 중상류층에서 성행해 온 서울의 토속굿으로 사고 등으로 횡액을 당한 희생자들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의식이다. 대한항공은 불교의식과 진혼굿을 위해 지난 21일 오후 국내 스님과 무속인을 대한항공 정기편으로 괌 현지로 초청했다. 괌 정부가 제공한 2개의 대형 천막안에서 이뤄진 이날 의식을 위해 유족들은 대한항공이 제공한 버스편으로 해당 종교행사가 있는 시간대에 현장에 도착, 진혼식을 치른 뒤 합동분향소가 있는 퍼시픽 스타호텔로 돌아왔으며 현지 교민들을 포함, 4백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시신발굴과 신원확인 작업이 사실상 끝나 신원 미확인 시신의 경우 유전자분석만을 남겨둔 가운데 합동진혼식을 마친 상당수 유가족들은 이날부터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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