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아들 살해 비운의 70대,항소심서 집행유예

  • 입력 1997년 7월 18일 20시 20분


알코올중독과 정신병을 앓는 아들에게 10년이 넘게 시달리다 술에 취한 아들의 자살을 도와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된 비운의 70대 노인이 법원의 선처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黃仁行·황인행 부장판사)는 18일 살인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김모씨(70)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뒤 김씨를 석방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결혼해 두 아들을 얻게된 김씨는 아들을 공부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염색공장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참고 살아왔다. 그러나 맏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김씨에게 비극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김씨의 아들은 중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밤마다 술에 취해 들어와 이유없이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에게 폭언을 퍼붓고 가재도구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김씨의 아들은 그후 마흔이 넘도록 술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직업도 없이 집에서 무위도식하다 10년전부터는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증 등 정신병까지 앓게 됐다. 어렵게 얻은 동거녀와의 결혼생활이 파탄난 것은 물론이다. 네번이나 정신병원에 입원한 김씨의 아들은 매번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고 새사람이 되겠다』며 아버지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퇴원하면 또다시 「패륜행위」를 계속하곤 했다는 것. 마침내 지난 1월12일 오후 평소 아들을 돌보던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김씨의 아들은 소주 2병을 마시고 들어와 김씨에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 김씨가 몇차례 뺨을 때리자 아들은 『차라리 죽어버리겠다』며 수건으로 자신의 목을 감았다.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김씨는 『그래,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외치며 아들의 목에 감긴 수건을 잡아당기고 말았다. 이날 김씨를 석방한 申錫重(신석중)판사는 『김씨가 한평생을 아들 때문에 고생하다 당시 너무 속이 상한 나머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이호갑·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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