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주 투신 자살…부산 태화쇼핑,재벌에 밀려 부도

  • 입력 1997년 7월 9일 20시 08분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유통업체로 최근 부도가 난 태화쇼핑의 金政太(김정태·53)회장이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오전 8시경 부산 동래구 복천동 우성베스토피아 아파트 108동 1층 출입구 지붕 위에 김회장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 박일하씨(54)가 발견했다. 숨진 김회장은 짙은 감색 양복 정장차림이었으며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는 지갑 등 소지품이 있었으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108동 13층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 창문 앞에 10만원권 수표 17장이 든 김회장의 가방이 놓여 있는 점으로 미뤄 김회장이 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김회장은 8일밤 부산 동래구 명륜동 처남 백모씨(53)집에서 잠을 잔 뒤 9일 오전 7시반경 『볼 일이 있다』며 처남집을 나와 백화점 부도이후 머물러 왔던 선친 김갑진씨(지난 2월 별세·당시 94세)소유인 이 아파트에 간 것으로 밝혀졌다. 김회장은 롯데 현대 등 재벌소유 대형백화점들과 경쟁하면서 무리한 시설투자 등으로 태화쇼핑이 지난달 16일 17억원의 부도를 내자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회사 회생을 위해 2백50억원대의 재산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채권은행인 동남은행과 부산은행이 법정관리에 반대, 매각을 추진하자 이를 비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회장은 지난 43년 부산에서 출생, 지역 유통업계를 이끌어 온 향토경제인. 동래중(58년)과 서울고(61년)를 졸업한 뒤 지난 65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를 수료한 김회장은 선친의 선일직물공업사를 모태로 지난 82년 태화쇼핑을 창업했다. 그는 자본금 5억원에 불과하던 백화점을 수년만에 거대백화점으로 성장시켰으며 90년대 들어 스리랑카명예영사 부산불교실업인회장 한국자유총연맹부산지회장 등을 맡으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白定(백정혜·50)씨와 장남 起杓(기표·28·태화쇼핑 기획영업팀 계장)씨 등 2남2녀가 있다. 〈부산〓조성진·석동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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