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가 무엇입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망설여지곤 한다. 업으로 찻집(茶店)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받는 질문이지만 가끔은 생경한 느낌으로 와 닿는다. 그럴 때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나 한잔 내는 것이다.
며칠전 계속되던 비가 멈추고 모처럼 햇살이 비쳐 억지로라도 기분좋은 시간을 냈다. 뜨락에 나와 나무들의 짙푸른 모습을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그때 마침 간혹 내집을 찾는 두분 손님이 문밖에 와 인사를 했다. 반가웠다.
오랜만에 날씨가 개었다고 인사 나누고 늘 그렇듯 물 끓이고 찻잔 헹구어 차 한움큼 넣고 무심히 앉아 있었다. 이윽고 잠깐 동안의 고요를 깨고 스물스물 차 향기가 나기에 차를 따라 건넸다. 묵은 차라 굳이 음미할 정도로 고상한 맛은 아니지만 객들은 다소곳이 차를 마셨다.
『요즘 다도를 배운다고 바쁩니다.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절에서 스님 한분이 오셔서 가르치는데…』 『참 다도가 무엇입니까』 다른 한분이 불쑥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대선주자들의 얘기가 화제로 오를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다도라니…. 나는 별 뜻도 없이 히죽 웃기부터 했다. 그리고 한참을 망연히 앉아있었다. 다도가 무엇인가.
두번째 차가 우러나오고 주객이 누구랄 것도 없이 입맛을 다셨다.
불편한 시절을 비껴서고 싶은 갈망 탓에 차를 마시는 것일까, 혼자 생각해 보았다. 시절에 관계없이 검소하게 살면서 제 자리 지키고 짬짬이 자연과 벗삼아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는, 어찌보면 참으로 단순하고 조촐한 삶이 다도가 아닐까도 생각된다.
어디 도(道)가 별건가. 힘들게 번 돈 낭비하지 않고 가정과 자식 위해 쓰고 간혹 이웃에 착한 일도 하면서 사는 것이 다도의 다른 모습은 아닐는지…. 게다가 차 한잔 대접받는 것에도 감사하고 공손해하면 그게 다도라 하리.
황우정(경남 창원시 사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