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5일장,100년 못채우고 『폐장』

  • 입력 1997년 4월 30일 07시 56분


91년의 전통을 가진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2동의 5일장이 30일 「공식적으로」 사라진다. 시장 한복판을 관통하는 310번 지방도와 연결되는 일산지하차도가 이날 완공돼 교통량이 급증하는 것을 계기로 고양시가 일산장의 폐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일산장이 섰던 지난 28일 상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앞날을 걱정하고 신세타령을 했다. 시장 한모퉁이에서 37년째 옷가게를 해온 김복예(김복례·60)할머니는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통 없다』며 시름에 잠겼다. 일산장은 1906년 경의선이 개통되면서 생겨났다. 지난 96년 동안 사람도 물건도 많이 바뀌었지만 재래시장은 후한 인심 속에 꾸준히 유지됐다. 한때 시들했던 일산장은 90년대 들어 바로 옆에 일산신시가지가 들어서면서 다시 물이 올랐다.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시골장터의 구수한 분위기와 싼 물건을 찾아 신도시 주부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상인들은 5일장을 지킬 생각을 갖고 있지만 고양시는 단속을 펴 장이 다시 서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고양시 지역경제과장 吳至漢(오지한·53)씨는 『일산장의 오랜 전통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마땅한 이전터를 찾지 못해 폐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저녁찬거리를 사러 나온 주부 崔美慶(최미경·34)씨는 『어머니의 품처럼 푸근한 느낌을 주던 일산장이 사라지게 돼 무척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양〓선대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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