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실체▼
검찰은 지난 11일 구속수감된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의원이 3조2천6백억원에 달하는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한 핵심인물이며 黃秉泰(황병태)의원은 보조역할을 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의원은 지난 94년에는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지만 대출압력을 행사했으며 지난 95년부터 모두 10억원을 받고 대출압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비록 홍의원이 청와대 총무수석 출신이지만 그의 영향력으로 3조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대출이 가능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홍의원은 자신을 『깃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을 정도다. 더구나 그는 검찰조사에서 『지난 94년에도 대출압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이나 돈까지 챙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의원의 이같은 진술은 「윗선」의 지시나 묵인하에 자신이 대신 대출압력을 행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국 누군가가 배후에서 대출압력을 행사하도록 했음을 간접 시인한 셈이다.
야권과 적지않은 국민들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아들 賢哲(현철)씨가 「외압의 실체」일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
물론 이들이 물증을 갖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정황증거이거나 추측일 뿐이다.
현철씨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며 韓英愛(한영애)의원을 비롯한 국민회의 의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여서 정황증거의 사실여부조차도 불확실한 상태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정씨가 지난 92년 당시 여권에 수백억원의 대선자금을 제공했고 이것이 현정부 출범이후 수조원의 특혜대출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현정권하에서는 수사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의혹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하종대·이호갑 기자〉
▼수사성역▼
집권중인 권력의 실세들이 수사대상인 만큼 이번 수사는 처음부터 수사에 성역이 있느냐 없느냐가 성패를 가리는 요체였다. 그러나 수사결과를 볼 때 「역시 성역은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검찰은 이에 대해 『막연히 「카더라」하는 설을 수사할 수는 없다. 또 6하원칙에 맞더라도 법적으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역시 수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선 수사초기부터 꾸준히 돈을 받았을 것으로 거론된 신한국당내 민주계 대선예비주자들에 대한 수사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행태로 미뤄 이들에게 로비를 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여야의원들에 대한 의혹도 여전히 남는다. 黃秉泰(황병태)재경위원장과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이 구속됐지만 정총회장이 황,권의원만 믿고 나머지 재경위원들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는 믿기 어려운데도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자민련과 관련된 연루자가 1명도 없는 것이 특이하다.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는 정총회장 막내아들의 주례를 섰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 또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가 자민련의 텃밭인 충남에 위치한 점에 비춰볼 때 자민련 관계자에 대한 로비공세가 없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검찰의 자민련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 자민련과 국민회의의 공조가 강화될 것을 우려한 여권의 계산이 수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 역시 「성역」이었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조만간 고소인 자격으로 현철씨가 조사를 받게 되겠지만 검찰의 입장은 시종 오락가락했고 결국 편법을 쓴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김홍중 기자〉
▼은행장 책임▼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과 관련, 李炯九(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 등 모두 7명의 전현직 은행장들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한보철강에 모두 수조원을 대출 및 대출보증해 준 장본인들이다.
검찰은 이중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만 대출커미션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94, 95년 대출과정에서 커미션을 받은 은행장은 이전제일은행장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관계자들은 수천억원씩을 대출해준 나머지 은행장들이 금융계의 관행인 커미션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신, 우행장은 검찰수사 전에는 『당시 한보의 철강산업이 전망이 밝다는 자율적인 판단으로 대출해준 것일 뿐 커미션은 물론 외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검찰조사 하루만에 돈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더구나 신, 우행장은 지난해 말 한보에 대한 긴급구제금융에 반대해온 인물들이었다.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은 당시 이들 두행장이 대출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내가 구속되면 당신들도 당연히 구속』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결국 정총회장이 불만을 갖고 찍어준 두행장과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이철수전행장만 구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은행장에게 한보에 대한 대출을 종용하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전현직 산은총재 2명이 모두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의혹으로 남았다.
검찰이 신, 우행장 이외의 나머지 은행장을 형사처벌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 대출과 관련된 깊은 내막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전총재가 대선자금과 관련한 폭탄발언을 했기 때문에 형사처벌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정보 기자〉
▼비자금 행방▼
검찰은 비자금 규모와 사용처를 대체적으로 발표했지만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이 무려 2백50억원이나 돼 의혹을 사고 있다. 한보철강은 대출받은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비자금의 일부를 다시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 특히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의 「돈질」은 잘 알려진 사실인 만큼 비자금의 사용처를 규명하는 것은 「부정부패사건의 표본」이라는 이번 사건의 「뿌리」를 파헤치는 작업인 셈이다.
검찰이 밝힌 한보철강에서 조성한 비자금은 총 2천1백36억원. 검찰은 이중 32억5천만원만 뇌물과 로비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2백50억원의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2천여억원의 비자금 중 정총회장의 이혼위자료(40억원)보다 적은 32억여원을 뇌물이나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2백50억원은 대선자금과 검찰이 밝혀내지 않았거나 못한 뇌물로 쓰였을 것으로 믿고 있다.
검찰이 비자금 사용처를 밝혀내기 위해 특별히 노력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자금 계좌추적에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며 비자금 장부 역시 파기됐을 가능성이 높아 사용처 확인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달아난 비자금 관련 핵심 임직원들의 검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등 수사의지도 의심받고 있다.
〈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