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鄭의원 구속 안팎]골프 옷가방에 1억넣어 전달

  • 입력 1997년 2월 12일 07시 53분


○…11일 밤8시45분경 대검찰청 1층로비에서는 신한국당 洪仁吉(홍인길) 鄭在哲(정재철)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집행됐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홍의원은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잠시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포토라인에 서서 약20초 동안 포즈를 취한 뒤 서울구치소로 직행. ○…홍의원에 뒤이어 구속영장이 집행된 정의원은 홍의원과 달리 초췌한 기색이 역력. 정의원은 포토라인에 서서 『지금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몸을 약간 떨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신한국당과 국민에게 누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짤막하게 발언.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은 정의원에게 1만원권으로 1억원의 현금을 건넬 때 골프옷가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 정총회장은 지난 95, 96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서울 하얏트호텔 전용객실에서 정의원을 만나 『국정감사기간중 국민회의 의원들이 한보관련 질의를 하지 않도록 권의원에게 잘 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이 든 골프옷가방을 직접 건네줬다는 것. 한편 정총회장은 홍의원에게 2억원을 줄 때는 현금 2억원이 든 사과상자를 운전사를 시켜 홍의원의 자가용 트렁크에 실어준 것으로 확인. ○…서울지법 辛亨根(신형근)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오후 5시5분경 홍, 정의원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약3시간 동안 꼼꼼히 심사한 뒤 영장실질심사없이 곧바로 발부. 신판사는 『혐의내용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충분해 실질심사를 하지 않는 대신 영장을 샅샅이 훑어 보았다』고 설명. ○…홍의원은 검찰 수사초기에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나 검찰이 관련 참고인들의 진술을 들이밀며 홍의원 진술의 허점을 추궁하자 순순히 실토했다는 후문. 검찰 수사관계자는 홍의원에게 정총회장의 운전사인 林相來(임상래)씨와 홍의원의 운전사인 곽모씨가 『현금이 든 사과상자를 서로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고 진술한 조서를 들이대자 할 말을 잊은 듯 침묵하다 결국 혐의사실을 시인했다고 전언. ○…홍의원은 정총회장으로부터 은행대출과 관련해 돈을 받은 뒤 각 은행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보를 잘 봐달라』며 은근히 압력을 가하는 식으로 청탁을 했던 것으로 밝혀져 정치 실세의 「전화 한통」의 위력을 다시 한번 입증. 〈조원표·신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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