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宗大기자] 검찰이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과 관련, 압력을 행사한 「실력자」를 밝혀낼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검찰주변에는 6일 소환한 전현직 시중은행장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이 진행중일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플리 바게닝이란 피의자가 일부 범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증언을 해주는 대가로 검사가 나머지 범죄를 기소하지 않거나 구형량을 줄여주는 수사과정에서의 검사와 피의자간의 협상이나 거래를 말한다.
따라서 검찰측이 피의자 본인이나 또다른 피의자의 유죄를 입증할 만한 물증이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증이나 자백이 철저히 중시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과정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법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보장하는 조항도 없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사실상 애용하는 수법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금기사항에 해당한다.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할 경우 담합수사 축소수사 짜맞추기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같은 비난의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국금지된 7명의 전현직 시중은행장들을 상대로 플리 바게닝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으로부터 특혜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치인의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총회장으로부터 수십명의 정치인들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을 주었다는 진술은 확보했지만 정작 이들을 형사처벌할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때문에 검찰은 계속 추궁하고 있지만 정총회장이 구체적인 진술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
검찰은 따라서 전현직 은행장들의 비리혐의가 일부 드러나더라도 특혜대출에 대한 압력을 행사하거나 청탁을 한 정치인들을 밝힐 경우 이를 문제삼지 않거나 수뢰액수를 일부 줄여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당신 재산을 몽땅 날리지 않으려면 대출압력을 행사한 정치인들을 대라』며 정총회장에 대한 회유와 위협도 병행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들은 조만간 대출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정치인들이 선별돼 다음주 초부터는 본격적인 소환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