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새도래지인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의 갈대밭을 일부 주민이 불태운 사건을 계기로 이 지역의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다. 주남저수지의 실태와 함께 환경운동단체와 주민의 상반된 입장을 들어본다.》
[창원〓姜正勳기자]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는 △주남(4백3㏊) △산남(96㏊) △동판(2백40㏊) 등 3개 저수지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이들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주변논은 1천7백44㏊.
이곳에 단순한 저수지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 것은 15년 전부터.
가창오리 등 철새가 날아들면서 조류학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80년대 후반에는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철새 수가 10년전에 비해 80%이상 감소, 1만여마리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개발과 보존」을 둘러싸고 실랑이만 벌이는 사이 주변에는 축사와 공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섰고 주민들은 농사를 포기한 채 새들을 「철천지 원수」처럼 미워하게 됐다.
지난 15일의 화재도 그동안 내연(內燃)돼오던 지역민과 환경단체간의 갈등이 불거져 나온 사건이었다.
환경단체는 오래전부터 『주남 일대를 조수보호구역으로 지정,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주민들은 『생계문제는 외면한 채 배부른 소리만 하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이같은 반목에도 뚜렷한 대책없이 허송세월만 해온 정부와 경남도는 불이 난 뒤에야 부랴부랴 △농경지의 계절임차 △수림대 조성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등을 주남보전책으로 내놓았다.
주변토지의 매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일본 이즈미지방의 선례를 본떠 「대안」으로 제시된 농지 임차도 엄청난 예산문제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이즈미는 임차농지가 51㏊에 불과하지만 주남주변 농경지는 1천㏊이상이어서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계절임차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임차구역 설정자체도 복잡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당장 수십억, 수백억원을 들여 농지를 빌리고 수림대를 조성한다고 해서 주남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환경단체와 언론의 질타를 잠시 피하기 위한 즉흥적인 투자가 부작용만 초래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주남의 「보존」과 「포기」를 택일하는 문제는 정부의 정책사항으로 넘어갔다.
창원시 동읍주민 김모씨(45)는 『철새를 보호해야할 필요가 있고 의지만 확고하다면 당장 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된다』며 『그런 다음 예산확보를 포함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남을 사랑하는 시민모임」관계자들은 『예산타령이나 하면서 미적거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며 『정부가 자치단체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철새가 오지않는 광활한 저수지는 생각만해도 너무 삭막합니다』
『농민이 경운기에 치여 죽어도 무관심하던 언론이 갈대밭이 조금 불탔다고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뭡니까』
불탔던 갈대밭에는 다시 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그러나 주남저수지 서편 보리논에서는 새떼를 쫓아내기 위해 설치한 폭음기의 굉음도 역시 쉬지않고 허공을 때리면서 환경운동단체와 농민의 극명한 대립을 웅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