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난국/각계의견]『노-사-정 한발씩 물러서라』

  • 입력 1997년 1월 14일 20시 22분


<<노동관계법 및 안기부법의 여당 단독 기습처리에 반발한 파업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각계인사들은 노사정(勞使政)간 대화와 타협만이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鄭雲贊(정운찬·50·서울대교수)씨〓개정 노동법은 백지화돼야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가 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근무시간도 불규칙한 상황인데 개정노동법으로 근로자들의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사람과 덜 관련된 금융 및 부동산시장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리해고제와 변형근로제 등은 충분한 홍보와 함께 유예기간을 갖고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申基德(신기덕·41·대우경제연구소연구위원)씨〓정부가 보완책 없이 경쟁력 강화만을 내세우면서 근로자에게 양보를 요구해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힘들다. 실업급여지급기간 연장이나 해고자 우선재입사 보장제도 등 보완책을 마련, 근로자를 설득해야 한다. 다른 분야의 재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국가차원에서 운용할 수도 있다. 기업차원에서 가칭 「근로자 고용 안정기구」 등을 설치, 해고근로자를 공동활용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崔鍾濬(최종준·46·인성유통대표)씨〓파업으로 제품생산이 안돼 거래처에 물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법이 바뀐 내용을 보면 큰 줄기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양쪽에서 한발씩 양보해 대화로 풀 수밖에 없다. 다만 근로자쪽이 먼저 양보를 했으면 한다. 통과된 법안을 정부가 다시 무효화한다면 국가발전에 해만 될 것 같다. ▼朴景利(박경리·71·소설가)씨〓지금 급한 일은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여야와 노동자가 모두 한발씩 물러서서 집단의 이해보다는 국민의 한사람이라는 동등한 입장으로 돌아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법안 입안과정에서 민의를 신중하게 수렴하지 못한 정부는 이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것도 용기다. ▼서울지법 C부장판사〓우선 문제가 되고 있는 개정 노동관계법에 대해 정부와 노사양측은 열린 마음으로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벌여야 한다. 새 제도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진지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당사자들과 언론은 TV토론 등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국민들이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진정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근거와 자료를 제공, 노동법 개정문제가 전체 국민들의 폭넓은 이해속에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河炅喆(하경철·57·변호사)씨〓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가 정부의 일방적인 법안날치기 처리로 촉발된 만큼 우선 정부가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고 노동관계법의 전면적 재검토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되는 즉시 파업을 중단하고 대화에 동참해야 한다. ▼南昌鉉(남창현·36·여주군농민회 정책실장)씨〓개정 노동법은 철회돼야 한다. 말없는 다수 국민들은 법안의 기습처리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신한국당은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 만일 법개정이 필요하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가 한자리에 앉아 의견을 충분히 교환하고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尹賢珠(윤현주·38·학원미디어 부장)씨〓개정 노동법은 우리나라가 선진국대열에 진입하려는 시점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변형근로제도입 복수노조유예 대체근로허용 등은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다시 재개정해야 한다. 국회에서 재개정이 힘들다면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이러한 조항을 완화하거나 유예할 수 있는 보완조치를 내놔야 한다. ▼徐亨淑(서형숙·39·주부)씨〓아이들이 방송을 같이 보면서 『반장선거할 때 의견맞는 사람끼리만 모여서 반장을 정해도 될까, 안될까』라고 물을 때 말문이 막혔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이들사이에서는 완전히 따돌림당할 것이란 얘기를 듣고 법안내용을 논하기 보다 당장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야는 근원적인 것부터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오모씨(46·정부종합청사 국장급 공무원)〓현 시점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시행도 되지 않은 노동관계법을 재개정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느낌이다. 정부는 정도(正道)를 걷는다는 차원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적극 홍보하고 그 대신에 재개정 문제를 정치권과 노동계에 맡겨 서로가 명예롭게 물러설 수 있는 새로운 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