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동포-외국인노동자 「위안잔치」…추위녹인『화해 한마당』

입력 1996-12-01 20:03수정 2009-09-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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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로 세상의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압둘 한난은 외국인 근로자를 대표해 상기된 표정으로 인사말을 마쳤다. 1일 오후 3시반 서울 장충단공원과 장충체육관에서는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 네팔 파키스탄 등 16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 5백여명과 서울 시민 1천여명이 모여 그 동안의 갈등과 불신을 씻고 우애와 단결을 다지는 「재중국동포 및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는 시민 한마당」행사가 열렸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상임대표 徐英勳·서영훈)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상임대표 金海性·김해성) 재(在)중국동포문제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金鎭洪·김진홍) 등 3개 민간단체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한 각종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시민운동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취지로 마련된 것. 외국인 노동자와 시민들은 간단한 의식을 마치고 3백여m 떨어진 장충체육관까지 서로 손을 맞잡고 「화해와 우정의 행진」을 벌였다. 『그동안 고생이 너무 많으셨죠』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 주시니 힘이 솟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얼굴엔 그간 켜켜이 쌓인 한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주말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일부러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의 행진을 관심있게 지켜보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참석자들은 행진을 마친 뒤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각국의 노래와 무용을 함께 관람하면서도 마주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중국 조선족 동포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각종 사기사건과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있는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는 중고생으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지난 73년 사우디에서 일할 때가 생각나 일부러 나왔다는 金永洙(김영수·52)씨는 『신문을 읽다보니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며 『사우디 사람들도 우리를 이 정도로 대하지는 않았다』며 분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조선족 동포 李英順(이영순·58)씨와 시민운동가 崔政奎(최정규·46)씨 등이 각각 공로상을 받았다. 또 국내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린 방글라데시인 수만 고쉬, 파키스탄인 압둘 카움 등 외국인 근로자 5명에게는 의수가 전달됐다. 〈李澈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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