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발견서 사살까지]도주-추격 19시간…세차례 교전

  • 입력 1996년 11월 5일 20시 31분


동해안으로 침투한 무장간첩 잔당 2명의 움직임이 군에 포착된 것은 4일 오후 3시10분경 강원 인제군 서화면 서화2리 향로봉 1024고지에서였다.

이곳에서 벙커구축작업을 하고 있던 을지독수리부대 51연대 15중대 소속 초병 1명이 30m전방을 지나던 거동수상자 2명을 발견, 총을 겨누고 수하에 들어갔다.

거동수상자중 1명은 아군 군복과 같은 얼룩무늬 옷에 권총을, 다른 1명은 민간인 복장에 M16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냐』라는 초병의 물음에 이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갑자기 권총을 겨눈 뒤 북쪽인 향로봉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들은 도중에 방향을 틀어 동남쪽으로 달아났다. 군이 최초 발견지점인 북쪽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같다.

이들은 이날 오후 발견지점에서 8㎞가량 떨어진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창바우마을 북쪽 야산기슭에 도착, 은폐에 들어갔다.

군은 이들을 포착한 뒤 즉각 헬기는 물론 을지독수리부대와 3군단소속 703특공연대 등을 동원, 수색을 폈으나 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4번도로 인접지역인 이 일대는 6백여 고지군으로 형성돼 산세가 험한데다 산림이 우거지고 잡목이 많아 10여m전방을 식별하기가 곤란한 곳.

이에 따라 군은 야간수색작전을 중단,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매복작전에 들어갔다.

동이 트기전인 5일 오전4시28분경 매복요원들이 이들을 발견, 첫 교전을 벌였다. 그러나 아군과 간첩 어느 쪽에서도 사상자가 없었고 잔당은 다시 북쪽으로 도주, 숲속에 숨어버렸다.

날이 밝아진 오전7시20분경 첫 교전지역에서 5백m가량 떨어진 해발 5백m 청바우마을 야산에서 치열한 두번째 교전이 벌어졌다.

숲속에 숨어있던 잔당 2명이 80m가량 떨어져 있던 아군에 M16소총 조준사격과 수류탄투척을 해온 것. 현장에서는 오전6시반경 도착한 吳永安대령 등 3군단 합동신문조 8명이 정보분석을 실시하는 순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吳대령이 머리 앞부분에 총격을 받아 숨졌다.

교전이 계속되자 부근에서 수색중이던 703특공연대와 51연대 수색중대가 달려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특공연대소속 徐亨源대위와 51연대소속 姜敏成상병이 간첩들이 쏜 총탄에 맞아 전사했고 703특공연대장 李모대령과 1군사 기무부대소속 李윤록상사가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교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뒤 군은 3시간10분가량 숨가쁜 추격전을 계속했다. 이어 오전10시반경 703특공연대 요원들이 정찰조원 2명을 발견, 사살했다.

결국 이들 잔당은 지난 달 9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부근에서 민간인 3명을 살해(추정)한 뒤 「북으로의 행군」을 계속, 20여일간 60㎞를 도주하다가 최후를 맞은 셈이다.

한편 이날 오후 4시40분경 생포간첩 이광수가 사살된 잔당 2명의 신원을 확인키 위해 군관계자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다.〈文 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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