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현재로선 명확한 ‘승계 로드맵’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후계자 정통성 약할 경우 당·군 엘리트가 권력 분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이후 권력 승계의 핵심 변수는 후계자가 누구인지보다 권력의 이양 방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18일 제기됐다. 북한의 ‘권력 승계 시나리오’는 단일 후계자 중심의 세습뿐 아니라, ‘1호 권력’이 일정 부분 엘리트들에게 분산되는 형태까지 포함한 네 가지 시나리오가 병존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최근 김정은의 건강 문제와 그의 딸 주애의 공개 활동 증가로 북한의 후계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승계 로드맵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처한 대내외 환경과 사회문화적 변화로 인해, 과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졌던 단선적 승계 모델을 그대로 반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38노스는 “단기적으로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김정은의 동생)처럼 정치적 입지가 탄탄한 후보가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사망이나 중병 발병 시 후계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딸인 주애나 그녀의 알려지지 않은 남자 형제(들)와 같은 다른 후보들은 아직 너무 어리거나 정치적 기반이 미약해 향후 5~15년 안에 후계자로 부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오래 살수록 후계자로서의 김여정의 입지는 축소될 것”이라며 “김정은이 자신의 자녀 중 한 명이 정치·군부 엘리트층으로부터의 충분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딸 주애.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조기에 물러나면…엘리트와의 ‘권력 분점’ 불가피할 수도
38노스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북한 권력 승계 시나리오로 △장기 준비형 △단기·비상 승계 △엘리트 집단 관리형 △혼합형 모델을 제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주애 등 특정 후계자를 장기간 부각하며 정통성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과거 김정일·김정은으로의 승계 때처럼 시간을 들여 후계자 교육을 실시하고, 동시에 엘리트와 인민에게 차기 지도자를 각인하는 모델로, ‘충분한 준비’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이나 정세 급변에 따른 북한 체제의 ‘강제 변동’ 등의 문제가 변수가 없다면 가장 안정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단기·비상 승계 시나리오다. 김정은의 건강 악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유고나 돌발 변수로 권력 이양이 북한의 계획과 다르게 진행될 경우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후계자가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후계자로서의 즉각적인 권력 이양이 진행되지 않고 김여정 등 ‘백두혈통’에 의지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38노스는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결속을 위해 대외적 긴장 조성을 위한 군사적 도발이 동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8노스는 세 번째 시나리오로 당·군 엘리트가 권력을 분점하며 체제를 관리하는 집단 지도 또는 ‘섭정’ 형태를 제시했다. 후계자의 정통성이 약하거나 미성년일 경우, 당·군·내각의 핵심 엘리트가 균형적으로 권력을 분점하며 체제를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김씨 일가의 ‘1호 권력’이 일정 부분 분산되거나 완전히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엘리트 간 이해관계 충돌이 누적될 경우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38노스는 짚었다.
38노스는 마지막으로는 상징적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우되, 일정 기간 실질적 통치를 ‘엘리트 연합’이 담당하는 혼합형 모델을 제시했다. 백두혈통의 정통성과 체제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절충형 경로로, 현재의 북한 체제 특성상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38노스는 관측했다. 다만 권력 이중화가 길어질 경우 통치 효율성과 정책 일관성이 저하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38노스는 “각 시나리오는 국내 정치와 국제 안보, 특히 한국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북한의 차기 지도부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대해 선제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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