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음란물 댓글’ ‘민노총 폭행’ 등 검증 없이 인용-논평하며 혼란 키워
“이재명, 中기자들과 비밀회동 의혹… 동아일보 간부 주선” 허위 주장 옮겨
전문가 “음모론 편승해 지지층 결집”… 與서도 “문제 가볍게 보고있지 않아”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산한 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두고 찬반 여론이 분열되고 있는 가운데 짜깁기된 조작 사진이나 음모론,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허위 정보를 검증 없이 가져와 공식 논평을 내면서 혼란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허위 정보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공당이 강성 지지층 결집 등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를 확성기처럼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 與, 조작된 사진으로 “문형배 음란물에 댓글”
국민의힘은 14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음란 게시물 댓글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이 의혹은 11일 오후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문 대행 동창회 카페 ㄹㅇ(진짜) 음란물 천지’ 글이 게재된 게 시작이었다. 이후 12일 오전 2시경 문 대행이 미성년자 음란물에 댓글 단 사진 캡처와 함께 “무슨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심판하겠다는 거냐”는 글이 올라왔고 이를 한 온라인 매체가 기사화했다. 극우 유튜버들도 음란 게시물 댓글 의혹 확산에 가세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13일 오전 9시경 논평을 내고 “문 대행은 해당 게시물에 직접 댓글까지 달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행이 해당 댓글을 지우기 위해 윤 대통령 헌재 변론기일에 자리를 비웠다는 주장을 담은 카드뉴스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평의 근거가 된 사진은 문 대행이 다른 게시물에 단 댓글을 별도의 음란 게시물에 합성한 조작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작 사진이라는 반박이 나오자 박 대변인은 논평을 수정하면서도 “법관으로서 (음란물에) 문제 제기나 조치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다음 날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팩트, 사실관계 점검이 좀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사과했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문제를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외신기자 공부 모임엔 “신화통신과 비밀 회동”
국민의힘은 이에 앞서 이미 여러 차례 공식 논평과 보도자료로 온라인에서 생산된 허위 정보를 확산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산하 ‘진짜뉴스 발굴단’(단장 이상휘 의원)은 지난달 9일 ‘이 시국에 중국 정보수집기관 신화통신 포함 비밀 회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는 “이 대표가 신화통신 기자가 포함된 외신기자들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며 “중국 신화통신은 중국 관영매체로 사실상 첩보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는 전날 한 온라인 매체가 쓴 주장을 그대로 담은 것. 국민의힘은 또 “이 만남을 주선한 인물은 동아일보의 모 부국장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며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현직 기자가 특정 정치인의 참모 또는 정치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외신기자들은 다음 날 반박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국민의힘이 문제 삼은 행사는 당초 일본계 외신기자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부 모임’”이라며 “금번 행사는 민주당 측과의 사전 조율에 따라 미국, 영국, 중국 등 기타 국적의 언론사들을 초청한 것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취재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도 “당시 행사엔 25명의 외신기자가 참석했으며 중국 언론사는 2개밖에 없었다”며 “해당 간담회는 정기적인 공부 모임을 기초로 미국, 영국,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세계 유수 언론사들을 초청하여 진행한 것이지 특정 언론사가 주선한 행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고위 당직자는 10일 결국 본보 측에 전화를 걸어 “당 미디어 특위에서 사안을 잘못 파악해 보도자료를 냈다.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조치하겠다. 동아일보 측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지난달 5일 시위 통제에 나선 경찰이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폭행당해 혼수상태가 됐다는 허위 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전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민노총에게 머리 맞아서 경찰 한 명 의식 불명” 글을 인용한 것으로 소방당국과 경찰은 “부상은 있었지만 혼수상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19일 시위대의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 때는 일부 의원들이 ‘시위대의 법원 난입을 유도하기 위해 경찰이 일부러 자리를 비웠다’는 극우 유튜브의 음모론을 담은 영상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상임위에서 “부상을 우려해 잠시 뺐다가 진압복을 다 갖춘 다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 “확증편향 빠진 강성 지지층 음모론 편승”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전부터 허위 정보에 대한 대응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자 여론전을 위해 극우 유튜버 등이 생산한 허위 정보까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유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확증편향에 빠진 강성 지지층이 만든 허위 정보와 음모론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공당이 검증 없이 유리한 정보는 무조건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성을 강화시키고 있다”며 “자꾸 허위 정보를 재생산하다간 중도층의 불신을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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