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한번 힘차게 전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1/뉴스1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정 혼란의 주범, 국가 위기의 유발자, 헌정질서 파괴자는 바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사과했지만 계엄 전후 국정혼란의 책임이 이 대표의 ‘의회독재’ 때문이라고 책임을 넘긴 것이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약 40분 연설에서 이 대표를 18번, 민주당을 44번 언급하는 등 야당과 야권 유력 대선주자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과 중도층을 향한 ‘반(反) 이재명’ 여론전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경기 악화와 산적한 현안 속에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국정 비전 제시보다 야당 비판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궤변, 가짜뉴스, 변명으로 점철된 여당 포기선언문”이라고 비판했다.
● 權, 李·민주당 비판에 집중
권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 서두에서 12·3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왜 비상조치가 내려졌는지 한 번쯤 따져 봐야 한다”고 즉각 이 대표와 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셀 수도 없는 갑질 청문회 강행, 삭감 예산안 단독 통과 이 모두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의회 독재의 기록이자, 입법 폭력의 증거이며, 헌정 파괴의 실록”이라고 말했다. 이를 “국정 혼란의 목적은 오직 하나,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방탄”이라고 규정하며 “국정을 파국으로 몰아 조기 대선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직을 차지하려는 정치적 모반”이라고 쏘아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다음에 누가,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총성 없는 내전이 반복될 뿐”이라며 “우리 자신의 임기조차 단축할 각오로 최선의 제도를 찾자”고 분권형 개헌을 주장했다. 그는 5년 단임제 대통령 8명 중 3명이 탄핵소추를 당하고 4명이 구속된 일을 거론하며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고, 제왕적 의회의 권력 남용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의 임기조차 단축할 각오”를 언급하며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에 대한 운도 띄웠다. 이 대표가 전날(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안에 대해선 본인의 생각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권 원내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압박한 것이다.
● 여야 추경 논의 속도 가능성
권 원내대표는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 “지역화폐와 같은 정쟁의 소지가 있는 추경은 배제하고 내수 회복, 취약계층 지원,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산업·통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경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삭감 처리한 올해 예산안을 원상 복원하고 보완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는 1분기(1~3월) 예산 집행을 먼저 지켜본 뒤 추경을 편성하자던 기존 입장에서 나아간 것이다. 전날 이 대표가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하며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여당 원내대표도 추경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야의 추경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권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욕설과 비난만 난무했다”며 “민생경제는 안중에 없고 민주당 죽이기,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존재하는 정당이 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윤석열이 그렇게 대통령 노릇을 잘했다면 대체 왜 지금 개헌을 주장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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