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안 오고 대학총장만… 반쪽된 ‘의료계-총리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6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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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34. 03.26. 사진공동취재단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34. 03.26. 사진공동취재단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 불편함을 조속히 해결할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한덕수 국무총리)

“의대 2000명 증원은 밀어붙이면서 협의체를 만든다는 게 앞뒤가 안 맞다.”(사직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

26일 한 총리가 서울대 의대에서 의정(醫政) 대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의사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지난달 20일 전공의 집단 파업, 이달 25일 의대 교수 집단 사직 등 여파가 커지고 있지만 대화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 총리 ‘대화협의체’ 제안에도 의사들 ‘냉담’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34. 03.26. 사진공동취재단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34. 03.26.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한 총리는 유홍림 서울대 총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윤동섭 연세대 총장,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 원종철 가톨릭대 총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등을 만나 의대 증원 사태 이후 벌어진 파장과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총리가 직접 의료계와 만나 접점을 찾아보려는 시도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만남을 ‘총선용 보여주기’로 간주하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간담회에 불참한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대학 총장과 병원장 위주의 만남에서 깊이 있는 대화는 어려워 보여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직서를 낸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은 정부에 협조하는 대학 총장이나 병원장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설령 의정 대화가 물꼬를 트더라도 의대 증원 규모를 조율하는 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사들 내부에서도 증원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는 초강경파부터, 증원 자체는 찬성하지만 연 500~1000명 정도가 적당하다, 혹은 500명 이하가 적당하다 등 입장 차가 크기 때문이다. 전공의 단체는 앞서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 바 있다.

● 주 52시간 진료 선언에 의료 현장 촉각

의대 및 병원 소속 교수들이 전날(25일)부터 ‘주 52시간 근무’ 등 진료 축소를 선언한 가운데 의료 현장은 다가올 여파에 긴장한 분위기였다. 울산대 의대 관계자는 “중증이거나 이미 예약된 환자들을 생각하면 당장 진료 시간을 줄이는 건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래 환자 진료를 중심으로 문제가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사직에 동참하는 교수들이 늘어날수록 본격적인 수술, 진료 공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의교협은 이날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 병원장들에게 공문을 보내 “의료인의 과중한 업무로 환자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주 52시간 근무를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전공의들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이 대표단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집단행동 처벌 대상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고 한다”며 “현장 이탈 과정에서의 집단행동이 문제일 뿐, 정부와 대화하기 위해 대표단을 구성하는 것은 집단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전공의 대표단을 구성해 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 “정부-의사들 대치 멈추길” 요구 커져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회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입장발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6.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의회에서 열린 ‘의대 증원 관련 입장발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3.26. 뉴시스

진료 공백과 환자 불편이 커지자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강 대 강 대치를 멈추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의정 충돌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 2000명 증원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성명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보완해 모두가 공감할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전공의와 학생들은 내일이라도 복귀해 달라”고 촉구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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