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공천” 野의원 단톡방도 들끓어… 임혁백, 사실상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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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50]
친문-비명계 “국민외면 역사의 죄인”
이수진 “공천에 능력도 신뢰도 없어”
하위 20% 통보받은 4선 김영주… “이재명 사당으로 전락” 탈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공식 회의체가 아닌 일부 친명(친이재명)계로 구성된 비공개 지도부 회의체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등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19일 당내 ‘사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날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이 당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에게 직접 통보를 시작한 가운데 국회 부의장인 4선 김영주 의원이 “나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단체 텔레그램 채팅방에도 이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공개 반발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 비명계 “비선 조직이 공천 결정” 반발
김 의원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의정 활동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오로지 민생 회복과 정치 발전을 위해 4년간 쉼 없이 활동했는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4선의 김 의원은 정세균계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평가 절차는 철저하게 비공개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졌다”며 “누군가를 타깃으로 해서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갖고 점수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은 이미 들끓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좌장인 홍영표 의원(4선)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주요 공천 관련 결정을) 어떤 비선 조직에서 한 것인지 정말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이 사천을 통해 공천을 하고 있다면 국민들이 외면을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송갑석 의원도 “이 상황을 주도한 사람만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자도 모두 역사의 죄인”이라며 지도부를 정면 겨냥했다.

민주당 의원 165명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전날부터 이 대표의 밀실 사천을 비판하며 2선 퇴진을 요구하는 항의글들이 올라왔다. 이수진 의원은 전날 자신의 지역구(서울 동작을)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된 점을 문제 삼으며 “뒤에서 몇 분이 사적으로 (공천 논의를) 한 거라면 동작을에서 나경원 씨가 당선되는 것에 막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썼다. 그러자 4선 김상희 의원도 “최근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가세했다. 김 의원 지역구인 경기 부천병에는 이 대표 특별보좌역인 김건태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했으며, 최근 이 지역에서도 김 의원을 제외하고 김 변호사 등 친명계 후보들의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이에 대해 당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은 “(추 전 장관 여론조사는) 당 공관위에서 돌린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19일 오전에도 “4년간 나 의원(나경원 전 의원)과 험지에서 싸웠더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며 등에 칼을 꽂고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재명) 당 대표님과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님은 공천에 능력도 신뢰도 없으니 2선으로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 직접 하위 20%에 통보 전화 돌린 임혁백
밀실 사천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이날도 일부 지도부 의원과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위원장은 13일 이 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컷오프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한 중진 의원에게 이날 직접 전화를 걸어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시스템 공천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해당 의원의 항의에 대해 해명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비공개 회의체에서 공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이날부터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로 통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하위 20% 명단이라는 지라시도 여러 버전으로 돌았다. 해당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의원들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밀실 공천#더불어민주당#임혁백#사실상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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