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文정부 비판 빼라” 초안부터 수정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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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협치 감안 연설문 수위 조절
작년엔 ‘文정부 방만 운용’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3.10.31.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3.10.31.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7분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문재인 정부’나 전(前) 정부, 반대 정치 세력을 비판하거나 지적하는 내용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문을 초안 단계부터 직접 수정하고 준비했으며, 당초 초안에 있던 전임 정부의 방만 재정을 지적하는 문장도 직접 “빼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당초 참모들이 준비한 시정연설문 초안에는 전임 정부의 방만 재정 등을 지적하고 현 정부에서 이를 바로잡았다는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초안에 있던 문재인 정부 비판 내용을 빼라고 지시했다”며 “우리가 더 잘하고, 더 낮은 자세로 임하자는 뜻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다”고 비판한 바 있다. A4용지 22장 분량의 연설문은 전임 정부에 대한 비판 대신 약자 복지,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 여야 협력에 초점이 모아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낮은 자세로 현장과 민심을 강조하며 국정 기조에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예산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수인 상황에서 여야 협치 분위기를 감안해 시정연설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시정연설#수위 조절#문재인 정부#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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