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의 최다빈도어(最多頻度語) “글쎄(요)”[데이터톡]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0일 0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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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도어스테핑 발언 전수 분석
최다빈도어는 “글쎄(요)” 총 52회 나와
연관성 높은 단어 쌍은 ‘인사’와 ‘역량’, ‘위기’와 ‘경제’ 등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 발언을 전수분석해 ‘워드클라우드’로 표현한 그래픽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 발언을 전수분석해 ‘워드클라우드’로 표현한 그래픽


Data Talk
데이터가 나 자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시대,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모으고 씨줄날줄 엮어 ‘나’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만들어 드리는 동아일보 온라인 전용기사입니다. 재미는 덤~.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도어스테핑)’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데이터톡은 5월 11일부터 7월 8일까지 24차례에 걸쳐 이뤄진 도어스테핑에서 윤석렬 대통령이 어떤 단어를 많이 썼는지, 단어와 단어 간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텍스트로 옮겨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후 단어를 하나하나 떼어내 빈도수에 따라 정렬했습니다.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글쎄(요)’였습니다. ‘글쎄(요)’는 총 52회나 언급돼, 뒤따르는 ‘우리(30회)’ ‘문제(28회)’, ‘생각(25회)’, ‘국민(24회)’, ‘대통령(22회)’보다 2배 가까운 빈도를 기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법조인 출신답게 ‘법’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법(13회)’, ‘법률(5회)’,‘헌법(4회)’, ‘사법’, ‘법안’, ‘법치국가’, ‘법률가’(각 2회)’의 빈도는 모두 합쳐 30회였습니다. 인사 논란과 함께 ‘인사(11회)’, ‘사람(16회)’, ‘장관(9회) 등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 ‘글쎄(요)’는 정치·외교 관련 단어와 연관성 높아

이어 단어 간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연관성 분석은 한 문장, 혹은 한 단락 안에서 특정 두 단어가 얼마나 자주 동시에 등장하는지 계산해 두 단어의 연관성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장바구니 분석’으로 널리 알려진 방법론입니다. 소비자들의 구매 이력에 기저귀와 맥주가 동시에 자주 나타난다면 “기저귀를 구매하는 사람이 맥주를 구매할 가능성도 높더라”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겠죠.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장관’과 ‘문제’, ‘인사’와 ‘역량’, ‘국회’와 ‘상황’, ‘위기’와 ‘경제’, ‘물가’와 ‘관리’, ‘법(원칙)’과 ‘따라서’의 단어 쌍이 연관성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 위기다”,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 “우리 정부의 인사 기준은 전문성과 역량에 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 하겠다”는 평소 발언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도어스테핑 발언 가운데 연관성 높은 단어 쌍을 찾아 연결한 네트워크 그래픽.
도어스테핑 발언 가운데 연관성 높은 단어 쌍을 찾아 연결한 네트워크 그래픽.


그러면 최다빈도어인 ‘글쎄(요)’는 어떤 단어들과 연관성이 있을까요? ‘글쎄(요)’는 ‘음’이나 ‘저’처럼 말문을 열 때 흔히 붙이는 의미 없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관성 분석을 해보니 특정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글쎄(요)’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건 ‘생각’, ‘문제’ 등이었습니다만 이는 흔히 보이는 패턴이니 의미 있다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연관성 높은 단어는 ‘입장’, ‘검토’, ‘국회’, ‘나토’, ‘법(헌법)’, ‘정치’ 등 정치나 외교 관련이었습니다. ‘글쎄(요)’와 이 단어들의 연관정도는 ‘금리’, ‘물가’, ‘세계’ 등 경제 이슈 단어보다 높았습니다. “글쎄(요)”가 100개의 문장에서 쓰였다면 정치, 외교 관련 단어가 3~4회, 경제 관련 단어가 2회 정도 함께 쓰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쎄(요)’는 다른 사람의 물음이나 요구에 대해 분명하지 않은 태도를 보일 때 주로 쓰는 감탄사입니다. 정치, 외교 관련 단어와 ‘글쎄(요)’의 연관성이 높다는 건 이 분야 질문에 대해 “확실한 입장이나 명확한 답이 아직 없다”고 말하고 싶은 윤 대통령의 심리가 투영돼 있다고 풀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쎄(요)’와 비슷한 맥락에서 또 하나 주목된 것은 ‘하여튼’의 빈도였습니다. ‘하여튼’은 ‘과거’, ‘상황’, ‘얘기’와 함께 10회 언급됐습니다. ‘장관(9회)‘, 정책(8회)’, ‘언론(8회)’에 비해서도 빈도수가 높습니다.

‘하여튼’은 ‘무엇이 어떻든’이라는 의미입니다. 논리를 갖춘 말과는 거리가 멀죠. “알아서 할테니 너는 그냥 따라와”라는 느낌도 있고요.

윤석열 대통령이 7월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윤석열 대통령이 7월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도어스테핑에서 ‘메시지 리스크’가 점점 부각되고 있는 건 이런 단어의 사용과 관계없을까요?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매일 새벽 온라인으로 그날의 스크랩 내용과 예상 현안에 대한 자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참모들의 제안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때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의 첫 취지와 장점을 살리려면 ‘글쎄(요)’나 ‘하여튼’과 같은 말이 가급적 나오지 않도록 좀 더 준비를 하고 기자단과 만나야 할 것 같네요.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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