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인사검증’ 위법 논란 확산…장관 인사파일 쥐고 ‘상왕’ 우려도

  • 뉴스1
  • 입력 2022년 5월 26일 1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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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무부가 공직자의 인사검증을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맡기로 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률상 법무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위법적 조치라는 게 핵심인데, 민주당은 국회법 규정 등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중지시키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위법 논란의 핵심은 법무부의 사무에 인사검증 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조직법에도 명확히 규정돼 있다. 정부조직법 제32조에 따르면 법무부의 사무는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와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만을 관장한다. 공무원의 인사와 관련된 사무는 인사혁신처 관장이다.

법률에 따라 정부행정기관은 인사 관련 사무를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인사 검증 권한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위탁해 비서실 산하 민정수석실에서 검증 업무를 해 왔다. 이러한 위탁 업무가 대통령 비서실 손을 떠났다면 다른 부처가 아닌 원래 권한을 가진 인사혁신처가 돌려받는 게 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가 공직자의 인사검증 업무를 반드시 맡아야 한다면 법무부령을 개정할 것이 아니라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검증을 담당할 관리단에 현직 검사가 참여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과거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에는 검찰청법상 현직 검사는 파견 대상이 아니었다. 인사 검증을 위해 얻은 개인 정보가 수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였다. 그래서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에 들어온 뒤 근무가 끝나면 재임용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이번 관리단에는 현직 검사가 최대 4명까지 참여 가능하다. 따라서 자료 유출되거나 범죄 혐의 인지로 수사가 시작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첩보로 활용될 수 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가 타부처 장차관을 비롯한 모든 고위공직자 후보군의 민감한 인사파일을 한 손에 쥐는 상왕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타부처 공무원들이 알아서 법무부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경우 국무총리의 임명제청권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민변은 논평에서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에 주는 것은 정부조직법 위반 소지가 있으며, 상호 견제가 사라진 거대 정보·수사 기관이 탄생하는 셈”이라며 “법무부와 검·경이 한 덩어리가 돼 정보부터 기소까지 모두 담당하는 초법적 기관이 탄생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도 이런 우려를 의식해 부서간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통해 인사검증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청와대에서 공직기강 업무를 맡았던 검사 출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영장이 필요한 정보가 수사지휘 부처에다 존안된다는 것 자체가 위협적”이라며 “실무자들은 차이니즈월을 치니까 정보교류가 차단된다지만 차관이나 장관 같은 책임자들은 차이니즈월 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통령실은 미국도 법무부 산하인 FBI(연방수사국)가 인사검증을 하는 등 오히려 권한이 분산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고위직 공무원의 최종 인준을 국회 상원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과 단순 비교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조 의원은 “법무부에서 타 부처 차관급이 되려고 하는 실국장들에 대한 개인정보뿐만 아니고 평소에 ‘이렇게 잘 봐드렸습니다’라고 하는 전반적인 위협적인 일상관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들을 토대로, 국회법에 근거에 대통령령에 따른 법무부의 직제개편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 박주민 의원은 26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법무부 계획이 중지되지 않고 계속 진행된다면 우리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국회법 98조에 의거해 위법적 대통령령 및 총리령, 부령 등에 대한 의견 송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제98조2에 따르면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 또는 총리령이 법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토의 경과와 처리 의견 등을 담은 검토결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다.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이를 처리하고 정부에 송부하면 정부는 검토 결과에 대한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그 처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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