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못 미친 ‘이재명 효과’… 지방선거 패배 시 文 복귀 가능성↑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5월 22일 0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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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의 政說] 李 계양을 지지율 대선보다 낮아… 경기도지사 선거도 지지부진

5월 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에게인 사하고 있다. [뉴스1]
5월 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에게인 사하고 있다. [뉴스1]
“수도권에서 한 곳이라도 이긴다면 승리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총괄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5월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위원장은 “호남만 제대로 지켜도 다행이다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5월 8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인천부터 승리하고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한 지 열흘이 되지 않았다. 대체 무엇이 이 위원장을 겸손하게 만들었을까.

인천시장 선거 여론조사 격차 벌어져


첫째, 인천시장 선거 승리가 난망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5월 13일부터 이틀간 인천 거주 성인 남녀 8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지지율은 45.8%였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5%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는 32.9% 지지율을 기록했다.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인천 계양을에서 승리도 험난해지고 있다. 해당 지역은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되면서 이 위원장이 투입됐다. 이 위원장의 전국적 인지도와 대선 당시 계양을 지역 득표율을 고려할 때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대선에서도 이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에서 52.2% 지지율을 얻으며 윤석열 대통령(43.6%)을 9.6%p 앞섰다.

하지만 계양을 보궐선거가 인천시장 선거에 연동됐다는 사실이 변수로 작용했다. 이 위원장은 박 인천시장 후보와 인천시를 누비며 사실상 공동유세에 나섰다. 두 선거를 연계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의 대항마로 윤형선 전 인천시의사협회장을 공천했다. 20·21대 총선에서 송영길 전 대표에게 패한 인물이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 31.26%, 21대 총선에서 38.74%를 득표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역일꾼이라는 저력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5월 16일부터 이틀간 인천 계양구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위원장은 50.8% 지지율을 얻었다. 대선에 비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 이 위원장은 선거 이후 불어닥칠 수 있는 책임론을 차단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장 기준 전국 과반을 약속했는데 호남 3곳과 수도권 1곳 승리에 머문다면 사실상 참패다. 직접 출마하는 것도 모자라 총괄상임선대위원장까지 맡아 전국 지원 유세에 나섰다. 선거 결과 책임론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한 곳이라도 이긴다면 승리라고 본다”는 발언은 면피할 명분을 찾아 밑자락을 깐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이 지선에 참패해도 본인만 계양을에서 당선하면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리라는 계산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위원장의 기대와 달리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투입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그를 전면에 내세워 완승은 못 해도 신승은 해보려 했는데,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이 위원장 투입 후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는 역풍이 불고 있다. 한국갤럽이 중앙일보 의뢰로 4월 29일부터 이틀간 인천 거주 성인 남녀 8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유 후보가 41.5%, 민주당 박 후보는 36.3%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오차범위 내였는데, 2주 사이 동일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4월 29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앞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는 각각 42.6%, 42.7% 지지율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갤럽이 5월 13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조사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40.5% 지지율을 받으며 김동연 후보(38.1%)와 차이를 벌렸다.

尹 호남 방문에 허 찔려


모든 것을 이 위원장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으로 역풍이 불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으로 컨벤션 효과도 더해졌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이재명 바람’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5월 18일 대통령실 참모진, 각 부처 장관,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광주를 방문한 것도 변수다. 사실상 당·정·청 전원 출정이다. 민주당으로서는 허를 찔린 기분일 것이다. 호남 광역자치단체장 3곳을 빼앗기지는 않겠지만, 국민의힘 호남지역 후보들이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상대적으로 지역정서가 약한 수도권 등의 호남 출향인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선거 상황이 민주당에 불리한 구도로 치달을 개연성이 있다.

민주당이 지선에서 호남 3곳만 겨우 지키거나, 수도권 중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만 추가로 승리하는 성적표를 받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선거 참패에 따른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고, 화살은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이 위원장에게 향할 것이다. 두 사람 가운데 더 큰 타격을 받을 사람은 이 위원장이다. 쉽게 물러설 이 위원장도 아니기에 당내 계파 갈등은 극에 달할 것이다. 어차피 포스트 문재인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유력 대안이던 이 위원장마저 힘이 빠진 상태라면 새로운 중심을 세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내 주력군인 친문재인계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수행 지지율에라도 기대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던진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시 출마할까요”라는 화두에 다시 눈길이 가는 이유다. 민주당의 지선 패배는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소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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