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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美 플럼북, 9000개 직책 임명방식 등 공개… 인사권 남용 차단

입력 2022-01-10 03:00업데이트 2022-01-10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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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인사가 정부 성공의 핵심”
투명관리 틀 만들어 책임감 높여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자 리스트인 ‘플럼북(Plum Book)’을 대선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4년마다 발간해 새 정부의 인사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플럼북의 정식 명칭은 ‘미국 정부 정책 및 지원 직책(The United States Government Policy and Supporting Positions)’이다. 해당 지침서의 표지가 자두색이어서 플럼북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백악관 스태프는 물론이고 연방정부의 장관과 선임·특별보좌관, 각종 위원회 인사, 각국 대사 등 연방정부와 입법부 일부의 주요직 9000여 개를 총망라하고 있다.

플럼북은 1952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대통령이 20년 만에 공화당 출신으로 당선되면서 전임 정권에 연방정부의 직위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시초다. 이후 4년마다 대선이 있는 12월에 미국 상·하원이 미국 인사관리처(OPM)의 지원을 받아 책자로 펴낸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직후에 발간된 ‘플럼북 2020’은 221페이지로 방대하다.

미국은 연방정부 공무원 2만 명 가운데 정무직이 4000명에 이를 만큼 정무직 임용이 활발하다. 정당에 대한 기여도를 공직 임명의 기준으로 하는 엽관주의가 발달했다.

그러나 플럼북의 정신은 ‘대통령 하고 싶은 거 다 해’가 아니다. 오히려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권한의 자의적 남용을 막자는 데 있다. 미 공화당 정부에서 일한 한 인사는 “당이 지속적인 뒷받침을 무기로 ‘패배한 경선 후보 측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 ‘기부자와 로비스트를 챙겨 달라’ 등 잇단 주문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로비 속에서 대통령의 인사가 정부의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보고 일정 틀 내에서 명확히 관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플럼북에는 각종 직책의 임명 방식, 임기, 급여 등이 투명하게 담겨 있다. 임명 방식은 대통령의 지명만 있으면 되는 자리, 미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하는 자리, 공개경쟁을 통해 선발하는 자리 등으로 엄격하게 분류해 놓았다.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정치적으로 고려할 필요도 없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승자의 권력을 인정하되, 행정부와 의회가 권력을 나누고 이를 대통령이 존중하는 문화”라고 했다.

이제라도 정부와 산하기관 등의 주요직에 대한 인사 권한을 명확히 규정한 ‘한국판 플럼북’을 만들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와 관련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장해 책임성을 높이되 임명 대상이 아닌 자리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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