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격 사면 결정에 당황한 與野
여야는 2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사면 발표 이후 2시간 뒤인 이날 오전 11시 30분경에서야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보다 앞서 출연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제가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부적절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그동안 그가 사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본인들의 사과와 잘못 인정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 與野, 돌발 변수에 대선 판세 예의주시
여야 모두 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과거 탈당 인사들에 대한 대사면 등 진보세력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자칫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눈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0명 대상 11월 2∼4일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진보 성향 유권자 중 71%가 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대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에서는 강성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김용민 최고위원), “최순실도 풀어줄 것이냐”(안민석 의원) 등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최대 고민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자칫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과거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한 검사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전통 지지층이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 후보에게 갖고 있는 은연한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경우 지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나 당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윤 후보를 비판하거나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도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은 똑같을 것”이라며 “(이번 사면이) 대선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