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가 36일 동안의 도전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김 후보는 누가 봐도 ‘불리한 게임’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싸움에서 시종일관 당당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목을 끌었다. 특히 김 후보는 3년 이상 남은 현역 의원직까지 내려놓는 배수진을 치며 박 후보와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17일 김 후보는 여권의 서울시장 최종 단일 후보를 뽑기 위해 이틀간 실시된 양당 권리·의결당원(50%)과 일반 유권자(50%)의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서울시장을 향한 김 후보의 36일 동안의 도전은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됐다. 김 후보는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 경선에서 66.34%(3660표)의 득표율로 정봉주 전 의원(34.67%, 1858표)을 제치고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후 김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배 이상의 지지율 차이가 나는 박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뻔한 결말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함께 승리하는 단일화를 성사시키겠다’며 지난 2일에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후보직을 유지하면서 단일화 과정에 응해야 하는 사퇴 기한인 8일까지 박 후보와 충분한 토론 및 여론조사 과정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후보 측에 따르면 민주당은 애초 2월 안에는 우상호 후보와 박 후보 간의 후보 경선 과정을 마치고 열린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 돌입하기로 했었다. 다만 박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가 1월로 늦춰졌고, 이에 따라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1일 박 후보로 1일 확정됨에 따라 김 후보 측이 예상했던 ‘충분한 단일화 과정’이 없어진 셈이었다.
도시전문가인 김 후보는 박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도 ‘허구적’이라며 실랄하게 비판했다. 박 후보의 수직정원도시에 대해서는 ‘표절이 의심된다’며, 21분 콤팩트도시에 대해서는 ‘허구적 그림을 그리는 태도’라며 비판해왔다.
김 후보는 민주당의 우 후보와 박 후보와의 경선은 ‘밋밋하고 싱거웠다’면서 ‘치열함 없이 본선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박 후보에게 스탠딩 토론, 자유주제 토론을 제안했다. 민주당도 김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 양 후보는 TV와 유튜브에서 각각 팽팽한 자유토론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오후 JTBC에서 진행된 박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1차 TV토론에서 박 후보의 정책을 비판하고 현안에서 충돌하면서도 토론 자체를 즐거워하는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치열했던 경선 과정을 마친 김 후보는 약속대로 이번달 안에는 의원회관 406호의 짐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궐원통지가 오면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이내에 비례대표명부에 기재된 순위에 따라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한다. 열린민주당의 김 후보 자리는 비례대표 4번이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승계받을 예정이다. 김 후보가 8일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달 말에는 김 전 대변인이 국회의원 당선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 도시계획 박사과정을 수료한 ‘도시 전문가’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 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18대 국회 때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파헤쳤고, 21대 국회 때는 법사위에서 윤석열 전 총장 부인의 재산형성과정을 집중적으로 추중하는 등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 후보는 의정활동뿐만 아니라 특유의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TV와 유튜브 등에서도 인기가 많다. 김 후보는 지난 2018년에는 tvN <알쓸신잡3>, KBS <열린토론> 등에 출연해 도시 관련 전문 발언들을 이어가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3년 남은 임기를 그만두면서까지 서울 시장 단일화 과정에서 뻔한 방정식을 거부한 김 후보의 도전은 여의도 바깥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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