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서울시장’ 급선회한 안철수…정치 운명 건 승부수

  • 뉴시스
  • 입력 2020년 12월 20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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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명분은 '결자해지' '정권 교체 교두보'
지지율 침체 지속, 군소정당 영향력도 한계
'체급' 낮추며 오히려 '몸값' 높이려는 선택
서울시장 선거로 반등 계기, 대권 도전 모색
보수야권 反文연대 결집에 시너지 효과도
"유불리 안 따져" 국민의힘 경선 참여 열어놔

야권에서 ‘잠룡’으로 분류돼온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권에 직행하는 대신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진로를 급선회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일각에선 본인의 지지율 침체, 군소정당으로서 녹록지 않은 당의 사정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사실상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철수 대표는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명분은 ‘결자해지’, ‘정권 교체 교두보 확보’로 압축되지만, 정치권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단 나름의 속사정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에 단호하게 선을 긋고 대권 도전을 최우선 목표로 한 안 대표가 본인의 대권가도에 스스로 제동을 걸자, 야권에선 대권주자로서 지지율이 미미한 안 대표가 ‘체급’을 낮춰 오히려 ‘몸값’을 높이려는 묘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시장직은 전체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대한민국 수도의 시정을 총괄하는 위상 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예외적으로 참석이 허용될 만큼 ‘소통령’으로서 정치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안 대표는 2016년 총선 때 국민의당을 이끌고 호남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킨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저조한 성적을 내 침체일로에 있었다. 정치권에서 ‘안철수’라는 브랜드의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상황에서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선을 반등의 계기로 삼고 지지 기반을 다시 공고하게 다져나갈 포석인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이 아닌 ‘소통령’을 목표로 방향을 튼 안 대표가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현 정권이 추진하는 주요 국정과제에 줄줄이 제동을 걸고, 반문(反文) 진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담긴 주요 정책이나 역점 사업에 반기를 들고 논란을 가열시킬 경우 정국은 문재인 대 안철수의 대결 구도로 재편될 개연성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권의 잠재력있는 다른 대권주자들이 대체로 원외 인사이거나 여의도와 거리를 두고 있어 중앙 정치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만한 창구가 변변치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안 대표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면 야권 지지층과 중도층에 대한 공략이 좀 더 용이해질 수도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우선 능력을 검증받은 다음 경우에 따라선 대권 행보를 모색하거나 기반을 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안 대표의 보궐선거 출마는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원(院) 내에서 군소정당의 한계를 절감하고 당의 낮은 인지도나 열악한 조직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결정으로도 해석된다.

국민의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세력’을 형성하기가 쉽지 않아 지역구 공천을 포기하고 비례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마저도 정의당(6석) 의석수에 못 미치는 3석을 얻는 데 불과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인식되는 열린우리당(3석)과 동일한 수치다.

당초 바른미래당을 깨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대안정당으로서 면모를 과시하려던 안 대표의 구상과 달리 현재 국민의당은 군소정당으로서 원내 입지가 갈수록 약해지는 추세다. 실질적으로 의석수에 따라 원내 입김이 좌우되는 국회 안에서 3석 갖고는 자체적으로 법안 발의는커녕 주요 현안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범여권까지 합쳐 180석의 과반 의석수를 확보한 만큼 국민의당이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며 판을 흔들 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결과적으로 단기간 안에 당의 영향력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어 안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출마로 당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거대 양당에 염증을 가진 민심을 파고 들어 당의 외연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물론 안 대표의 서울시장 보선 출마가 보수 야권에서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 임기 말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단순한 보궐선거 이상의 정권 심판 성격이 짙어 다음 대선을 1년 남긴 시점에 민심의 향방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로 통한다.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에서 정권 탈환 교두보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에선 대선주자급 잠룡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 오세훈 전 시장은 대선과 보선을 놓고 장고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보수야권의 바람대로 정권 교체 교두보를 마련하고 야권의 반문연대 결집에도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는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 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를 자임함으로써 우선 서울시장으로서 입지를 다져 야권에서 존재감을 높인 뒤 다음 대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안 대표는 사실상 이번 서울시장 출마로 2022년 대권 출마 의지는 접은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고 좋은 시정을 통해서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경선 참여에 관해선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공정 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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