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훈, 오늘은 야당에 집중포화…북한의 의도는?

  • 뉴스1
  • 입력 2020년 10월 30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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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지난달 서해상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재차 입장을 내며 야당을 비난하고 나서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의 대남 영향력 확대 시도라는 분석이 30일 제기된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해 “남측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주장의 요지는 공무원 A씨가 예고 없이 불법으로 자신들의 해역에 침입했으며, 자신들의 대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기본적인 경계 대응과 관련한 현장 군인들의 부득이한 자위적 조치라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에 그친 것이다. 북한은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사건 발생 경위를 설명할 때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이날 보도가 이례적인 것은 북한이 이번 사건에 대한 남측 정치권의 행보를 겨냥해 비난을 가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야당인 국민의힘을 ‘보수 세력’, ‘보수 패당’으로 거론하면서 “동족 대결 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찬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 세력들은 계속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고 동족을 마구 헐뜯는데 피눈이 되어 날뛰는가 하면 이번 사건을 저들의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분주탕을 피우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건의 전말에 대한 이성적 판단과 올바른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기미는 꼬물만큼도(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오직 동족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시키고 현 당국의 무능력을 타매하는 데 필요한 건덕지를 끄집어내고 부풀리는 데만 혈안이 돼 날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는 우리가 지금껏 견지해 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또다시 흔드는 것”이라며 “남조선 보수 패당의 분별없는 대결 망동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라고 말해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야당과 ‘보수 세력’에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나 청와대를 적시한 비난은 없었다. 보도의 제목부터 ‘남조선 보수 패당의 계속되는 대결 망동은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고 명시해 이날 보도의 주제를 명확히 했다.

북한은 다만 전날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서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방미 행보를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서 실장이 방미 기간 중 “남북관계는 단순히 남북만의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남북관계는 미국 등 주변국들과 서로 의논하고 협의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발언한 것을 불쾌해했다.

눈에 띄는 주장은 “북남관계는 말 그대로 북과 남 사이에 풀어야 할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외세에 빌붙거나 다른 나라 그 누구와 논의하고 도움을 받아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규정한 것이다. 남북관계를 ‘독자적 양자 관계’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강력히 꺼내 들고 나선 것이다.

전날과 이날 북한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북한은 내달 미국 대선과 내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이후 전개될 상황에 대한 나름의 전략을 조금씩 수립하며 일종의 ‘간 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든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재개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지난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귀결돼 완전히 새로운 판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이 사이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 해제 문제에 대해 남북 밀착을 통한 대미 압박을 높이기 위한 행보를 추진할 수도 있다. 우리 측이 미국에 대해 대북 프레셔를 낮춰 달라는 요구를 높이는 방향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 측이 올해 남북 경색 국면에서도 꾸준히 대북 접촉 및 교류를 시도했던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하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우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관영 매체를 통해 야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은 정부·여당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더불어 지난달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서신 교환, 김 위원장의 지난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연설에서의 대남 유화 메시지 등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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