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일제히 “北사과 이례적” 긍정 평가… 野 “가해자 두둔 참담”

한상준 기자 , 권오혁 기자 입력 2020-09-26 03:00수정 2020-09-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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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우리 국민 사살]당정청 국면전환 총력전
서훈 안보실장 하루 두차례 브리핑… 文정부 출범 3년 4개월만에 처음
이인영 “미안 표현 두번이나 사용” 윤건영 “北 이렇게 나온적 없었다”
정세현-유시민 “김정은 계몽군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청와대에서 북한군의 우리 국민 총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청와대에 보내온 통지문을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살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했던 정부 여당이 25일 북한의 통지문 전달을 계기로 하루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여당 대표, 국회 정보위원장, 국가정보원장, 통일부 장관이 모두 출동해 북한의 사과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서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두 차례나 브리핑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안보실장이 하루에 두 번 공개 브리핑을 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로 인한 당정청의 절박감이 컸다는 의미다.

○ 절박한 與, 김정은 사과에 한목소리로 “이례적”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북의 통지문을 읽은 서 실장은 2시간 뒤 다시 춘추관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전문을 공개했다. 그간 청와대는 두 정상의 친서 교환 사실만 밝혔을 뿐 “세부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날 집권 3년 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을 공개했다.

정부 여당도 청와대의 이런 기조에 적극 동참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신속하게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표현 수위나 서술 방법 등을 봤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고 진솔하게 사과하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도 정보위가 끝난 뒤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이번처럼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에 의해 바로 이렇게 (유감 표명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설훈 의원은 아예 이번 사건에 대해 “의외로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는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북쪽이 당연히 사과를 하고 ‘우리가 상황을 잘 몰랐다. 죄송하다’ 이렇게 나오면 의외로 남북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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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채널에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일종의 계몽군주로서의 면모가 있다”며 “미국에서도 그 대목을 주목해줘야 한다”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김 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며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의 반응에 탈북자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외통위에서 “국민이 살해됐는데 북한 통일전선부의 편지 한 장을 두고 ‘신속한 답변’ ‘미안하다는 표현이 두 번 들었다’면서 가해자의 입장을 두둔하는 자리가 됐다”며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당정청이 일제히 북한의 사과를 높게 평가하고 나선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한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안타까운 사고지만,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가고 정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 국제 여론 악화 의식해 ‘전략적 사과’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통지문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통지문 후반부에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문서를 통해 한국에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외부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고 말했다. 1·21 청와대 무장공비 침투 사건은 김일성 주석 등이 구두로 사과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사과라는 이례적 방식을 취한 건 우리 국민의 사살에 대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을 의식한 전략적 제스처로 풀이된다. 북한 통지문은 우리 당국이 23일 오후 4시 35분 유엔사를 통해 통지문을 보낸 지 이틀이 지난 25일 오전에 전달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지문은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해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권오혁 기자
#북한#우리 국민 사살#김정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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