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출신 강경파로 수차례 막말 파동을 일으켰던 리선권 북한 외무상이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다시는 아무러한 대가도 없이 미국집권자에게 치적선전감이라는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로 남북관계 단절을 북한이 본격적으로 미국을 향해 싱가포르 합의 백지화와 전략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엄포를 놓으며 날을 세운 것이다.
리선권은 이날 내놓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서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었다. 앞서 북한이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노동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당 중앙군사위 제7기 4차 확대회의)”한다고 밝혀왔던 핵무력 증강 노력을 재확인한 것이다.
리선권은 ‘미사일 시험이 없으며 미군유골이 돌아왔다’, ‘억류됐던 인질들도 데려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백악관 주인이 때없이 자랑거리로 뇌까려댄 말”이라며 “미국이 말로는 우리와의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 실지로는 정세격화에만 광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미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며 “최고 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관계가 유지된다고 하여 실지 조미(북미)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와 싱가포르 합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 이에 따라 북한이 25일 ‘조국해방전쟁발발일(6·25전쟁)’ 70주년 또는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전후 미국을 겨냥한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고 대형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북한은 한국 정부를 향해 노골적인 비난을 쏟아 부은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비난을 자제했다. 리선권의 담화는 노동신문에도 실리지 않았다.
리선권이 담화문을 낸 것은 올 2월 외무상에 임명된 지 5개월만에 처음이다. 리선권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던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