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데드라인’ 넘긴 비핵화 협상…北 신년사에 韓美 촉각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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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나흘째 노동당 전원회의…신년사 '새로운 길' 주시
비핵화 협상 무용론 등 대미·대남 강경 노선 예상
핵실험 및 ICBM 발사 모라토리엄 해제 선언 등 우려
美 폼페이오 "대립 아닌 평화 향한 결정 내리길 희망"
이도훈, 1월 방미 추진…美비건 부장관과 북핵 논의
한미, 北 강경 도발 억제시키며 판 깨지 않도록 관리

북한이 지난 28일부터 나흘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이어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놓을 신년 메시지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예고한 ‘새로운 길’의 내용에 따라 북미 비핵화 협상의 향배가 갈린다는 점에서 한미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북한은 당 중앙위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나흘째 진행하고 있다. 지난 28일 시작된 전원회의가 이례적으로 길어진 것은 북한이 2020년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일각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원회의 결정서를 토대로 신년사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원회의에서 7시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 정형과 국가건설, 경제발전, 무력건설과 관련한 종합적인 보고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신문은 김 위원장이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 및 군사적 대응 조치 준비’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의 투쟁 강화’ 등에 관한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적극적이며 공세적인 정치외교’와 ‘군사적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2017년 11월 화성-15형 장거리 미사일(ICBM) 발사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로 핵무력 강화 및 발전과 관련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에선 미국과 협상 여지를 열어두되 대미 강경 노선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의 고심이 깊은 것 같다”며 “연말 시한을 내걸었는데 미국이 화답하지 않았으므로 더 이상 레드라인은 없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고, 비핵화 협상 무용론을 거론하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것이다. 다만 실질적인 도발 강행은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 역시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신년사에서 금지선을 넘는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해제할 것인지, 미국과 어느 정도 수준에서 비핵화 협상 중단을 발표할지가 핵심”이라며 “현재 전원회의 수준으로 봐서는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올 한해 북미, 대화했지만 진정한 협상은 無…내년 초 분수령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전원회의 결정서 혹은 신년사가 내년 비핵화 협상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주시하고 있다. 올해 들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고, 6월 판문점에서 남·북·미 접촉, 10월 스톨홀롬 비핵화 실무협상 등으로 북미 간 대화는 이어졌으나 진정한 의미에서 협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비핵화 협상에서 연말까지 ‘새로운 셈범’을 요구하며,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걷겠다고 경고해 왔다. 북미 대화 중에도 북한은 5월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시험을 시작해 올해 13차례나 무력 도발을 이어간 것은 물론 향후 중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지난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의 대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연말 들어 한반도에 대한 공개 정찰을 강화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현지시간) ABC뉴스 ‘디스위크’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는 도구키트에 많은 도구를 갖고 있다”며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향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 발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의 안정적 관리 및 북핵 협상의 진전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여론을 감안해 섣불리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수는 없는 만큼 일단 마주앉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시사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그들이 대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 평화의 길로 인도할 결정을 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그들이 행동할 최선의 경로는 핵무기를 제거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북한 지도부를 설득할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게 우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한미, 북미 대화 모멘텀 재개 ‘공감’…이도훈 1월 방미 무게

일단 북한이 협상 전략 차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명확해진 후에 움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북한이 내년에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대내적으로 성과를 내보이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협상을 통해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제재 완화 등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로 인해 비핵화 협상이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지만 우주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 하에 위성을 발사하는 등 내년 초까지 다양한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이 핵능력 강화를 위해 영변 5메가 와트 원자로 재가동을 선언하는 초강경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북한이 도발을 통해 판을 깨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지만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경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해 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

특히 한미는 비핵화 협상의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며 대화 재개를 위해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북핵특별대표와 북핵수석대표 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의 모든 관심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도훈 본부장은 북한의 신년사 발표 이후인 내년 1월께 미국을 방문해 비건 부장관과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그간 비핵화 협상에서 상응조치별로 로드맵을 만드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만큼 대화 재개를 통해 실질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문에 획기적인 입장 변화를 갖기 어렵고, 김 위원장 역시 대선 국면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도발하게 되면 대화의 문이 닫히고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사태 악화를 막으면서도 일단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현상 유지 합의를 통해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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