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9년 만에’ 나흘째 전원회의…신년사 형식도 ‘김일성 식’으로?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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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990년 김일성 시대 이후 처음으로 나흘째 전원회의를 개최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초기부터 보여준 ‘김일성 따라잡기’ 전략을 또 다시 구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오는 1월1일 예정된 김 위원장의 신년사 역시 ‘김일성 식’ 발표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3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30일) 3일차 전원회의의 소식을 전했다. 북한은 지난 2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열고 이날까지 나흘째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나흘 이상 전원회의를 개최했던 것은 김일성 국가주석 당시 1990년 1월 노동당 제6기 17차 회의 이후 29년만으로,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래 처음이다.

북한이 ‘새로운 길’ 채택을 앞두고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1월1일 신년사에 대한 주목도는 바짝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례적인 장기 전원회의 역시 주목도를 고조시키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관측이다.

또한 이는 북한이 ‘새로운 길’ 발표에 앞서 내부적으로 명분을 쌓기 위한 절차라는 해석도 나온다. 29년만에 장기 전원회의를 결정한 것이 그만큼 현재의 대내외적 상황에 대한 심각한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같은 주목도를 잇기 위해 그동안 김 위원장이 보여왔던 방식과는 다르게 신년사를 발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최장 전원회의처럼 김일성 주석의 선례를 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013년 김 주석의 방식이던 육성 신년사를 19년만에 부활시키면서 최근까지 이 방식을 꾸준히 사용해왔다.

과거 김 주석은 주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1946년 북조선공산당 책임비서 자격으로 자정에 발표한 ‘신년을 맞이하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신년사를 시작으로 김 주석은 1994년 마지막 신년사까지 육성으로 발표해왔다.

이 가운데 김 주석이 당시 당과 국가 간부들이 모인 자리 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바 있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최장 전원회의를 개최하면서 간부들 앞에서 이같은 형식의 신년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김 주석이 1992~1994년 12월31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당 중앙위원회·중앙인민위원회·정무원(내각) 연합회의를 열고 신년사를 발표하고 이를 1월1일 방송으로 내보낸 바 있다.

또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1989년에도 김 주석은 금수산의사당 대회의실에서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정치국 위원들, 후보위원들, 당중앙위원회 비서들 등 간부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같은 방식으로 신년사를 발표할 경우, 나흘 간에 걸친 전원회의에 대한 중요성과 역사적 의의에 대한 부각은 물론 대내적으로 김 위원장의 신년 메시지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 대해 “우리 당 역사에서 거대한 의의를 가진”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김 주석이 최초 신년사를 자정에 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전원회의 참석자들과 함께 자정께 금수산태양궁전에 참배한 후 신년사를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원회의를 최대 규모로 길게 개최하며 사전분위기를 띄웠으니 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나온다”며 “전원회의 운영방식 등으로 김일성 시대 방식을 재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김일성 따라잡기’는 집권 이후 수차례 구사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이 자주 착용하던 검정 코트와 중절모를 착용하는 방식의 패션을 선보인 바 있고 지난 4월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29년만에 부활시켰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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