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불출마에 머쓱한 與 중진…“일할 사람은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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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6일 0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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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0.25/뉴스1 © News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 의장,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10.25/뉴스1 © News1

“양심이 있는데 (중진들이 불출마 관련) 이야기를 하겠느냐”

지난 25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의 관심은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촉발한 쇄신론에 집중됐다. 의총에서 중진 의원들이 어떠한 의견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자 한 의원은 “(중진들이)양심이 있는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철희·표창원 등 ‘스타’급 초선 의원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지도부는 일단 만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불출마 선언이 당의 쇄신론을 촉발하며 ‘물갈이’가 대세로 굳어질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는 의원이 천직”이라며 본인의 불출마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하거나, “혼자 주목받고 싶어 그러는 것인지 보기 좋지 않다” 는 등의 불편한 기류도 흘렀다. “쇄신하라는 뜻”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지역 한 의원은 지난 25일 의총 직후 뉴스1과 만나 “초선 의원들 불출마 관련 얘기는 의총에서 나오지 않았다”며 “중진들이야 알아서 판단하는 것이고, 나는 의원이 천직이다”라고 말했다. 원내 관계자에 따르면, 중진 뿐 아니라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금 시점에 불출마를 선언하면 다른 의원들은 어쩌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단 민주당 지도부는 이해찬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 이철희·표창원 의원을 만류한다는 방침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기에 일단 당 지도부에서 두분을 만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진심은 알겠고, 인간적 고뇌에 대해선 동료의원으로서 공감한다”고 했다.

이에대해 이철희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 “지도부로부터 연락 받은 것은 없다”며 “(표창원 의원에 대해선) 짠하다”고 언급했다. 사퇴 의사를 번복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무슨 번복이냐”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불출마에 대해)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고 그런 것이지”라고 했다.

정춘숙 대변인은 이날 의총에서 ‘불출마 선언과 관련해 지혜를 더 모아야 한다고 발언한 의원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말씀 안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전날 표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며 “무조건 잘못했다. 저는 제가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밝혔다.

서삼석·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0.25/뉴스1 © News1
서삼석·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0.25/뉴스1 © News1

이철희 의원도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고 토로했다. 표 의원은 지난 2012년 당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인재영입 1호로 공천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 의원은 당내 전략가로 꼽히며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내는 등 당 안팎의 신임이 높은 인물이다.

초선들이 ‘좌절감’을 토로하며 홀연히 국회의원 금배지를 내려놓자 중진들은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경기지역 3선 의원은 의총 직후 뉴스1과 만나 “일할 사람들은 또 열심히 일을 해야지 자꾸 나가면 되겠느냐”라고 언급했다.

서울에 지역구가 있는 4선 의원은 뉴스1과 만나 “세대교체나 물갈이론은 선거마다 늘 나오는 얘기 아니냐”면서 “국회가 더 쇄신하고 일해야 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초선 의원 불출마에 대해 너무 깊은 뜻을 두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 수도권 지역 4선 의원도 초선들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손사래를 치며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조국 사태로 악화된 지역구 민심을 감안하면, 지역에서 탄탄히 네트워크를 쌓아둔 중진 의원들이 주역이 돼 총선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수도권 한 4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총선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도층이 많은 지역구의 경우, 우리와 같은 중진들이 지역 리더들과 함께 성장해온 경험과 성과들이 매우 중요하다”며 “총선승리를 위해서라도 출마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희·표창원 의원 외에 김성수·제윤경·서형수·최운열·이용득 등 다른 초선들도 불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서 ‘중진 물갈이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중진 중에는 5선의 원혜영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6선인 이석현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와 국회의장 도전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춘숙 대변인은 당내 인적쇄신론에 대해 “오늘 의총에선 그런 얘기는 없었다”며 “분위기 쇄신 표현도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불출마 의원들에 대해선 “오늘 의총에선 그에 대해 집중하지 않았다”며 “개인이 결단할 문제이기도 해서 그런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 추측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선 세대교체론이 공식 제기됐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의 생산적 논의를 실종시키고 국민갈등을 유발하는 선악 이분법과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미래지향적인 2030세대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며 비례대표 후보에 최소 30%를 2030세대로 추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대해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당론으로 논의된 바 없고 최고위원의 개인 의견”이라면서 “좋은 의견이라면 총선 기획단에서 검토할 수 있지만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중진들이 세대교체론을 불편해 하지 않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저로서는 제가 할 얘기를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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