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분 확대, 개입 천명한 시진핑…비핵화 ‘보증수표’ 역할도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21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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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북, 비핵화 결단 되돌려선 안된다는 메시지
"북한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 확고부동하게 지지한다"
시 주석 비핵화+평화체제 개입 의지 분명히 한 것
김정은 연말까지 '인내' 기싸움 관측…대화 재개 전망도

14년 만에 이뤄진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진정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효과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방북 이전에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5년 10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후진타오 주석은 사흘간 평양에 머물면서 회담 외에도 집단체조(아리랑) 관람과 유리공장 방문 등의 일정을 진행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은 한반도 정세에 잠시 훈풍이 불었던 이 시기에 성사됐다. 북한은 그해 9월 중국이 의장국이던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듬해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2017년 9월의 6차 핵실험과 같은 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 때까지 한반도 긴장은 끝없이 고조됐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으나,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구멍’이라는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북중 양국 간 화해 무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내비치며 한국, 그리고 미국과의 대화를 추진하면서부터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집권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후 올해 1월까지 10개월간 4차례 중국을 방문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왔다. 그리고 이는 14년 만의 중국 최고지도자 방북으로 이어졌다.

시 주석의 방북은 김 위원장의 대미 협상 전략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핵화 결단을 되돌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 주석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혈맹’을 과시한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핵 무력 고도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그 여파가 중국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양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 자체가 북미 협상 교착 국면에서 일종의 보증수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0일 환영연회 답례연설에서 김 위원장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 지난해 핵-경제 병진노선을 결속하고 채택한 경제건설총력노선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로 돌아가지 말라는 당부의 의미도 있다. 시 주석은 더불어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동함으로써 자체발전을 위한 훌륭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한다”며 미국에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민생 분야 제재완화의 등가 교환을 제안했던 김 위원장의 ‘셈법’에 대한 지지 의사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 주석의 메시지를 보면 지난 1월 김 위원장의 4차 방중 때는 북한의 비핵화 셈법이 “응당한 요구”라는 정도의 지지 입장 정도만 표현했으나, 이번에는 “북한의 합리적 우려 해결을 돕겠다”며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밝혔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는 여러 전망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큰 틀에서 제재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북한을 지원 협력하며 한반도 문제에서의 역할과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자신들이 제시한 쌍궤병행,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동시 구축에 관한 개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북한은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인내력을 가지고 연말까지 시한부 북미대화 틀을 유지하면서도 내년에는 새로운 길을 위한 플랜B 작동에 필요한 조치들을 하나씩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는 한 북미 간 협상이 당장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논평에서 “시 주석이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협상 지속을 조건으로 대북 경제협력과 안전보장 지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향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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