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단거리 발사체, 3축 체계도 못 막아”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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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북한이 3일 단거리미사일을 쏘며 다시 무력 시위에 나섰습니다. 우리 군의 북핵 대응이 기존의 한국형 3축 체계에서 핵-WMD 대응체계로 변화되었다고 하는데 군사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고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강서연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18학번(서울대 한반도문제연구회)

A. 북한 핵 대응을 위한 개념으로 활용되었던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의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는 그대로 쓰되 기존의 킬 체인은 ‘전략목표 타격’으로, 대량응징보복은 ‘압도적 대응’이라는 명칭을 쓰기로 한 것이죠. 이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도 북핵 대응 ‘3축 체계’에서 ‘핵·WMD 대응체계’로 바뀌었습니다.

3축 체계라는 명칭은 직관적이고 설명이 용이한 장점이 있었지만 정치적 임팩트를 주는 데에도 목적이 있었던 작명이었습니다. 북한 핵이 고도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인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개념상 킬 체인은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타격하여 무력화하는 것이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는 킬 체인이 실패하였을 때, 발사된 미사일을 미사일로 맞춰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대량응징보복은 미사일 방어마저 실패 했을 경우, 평양 및 전쟁지휘부를 대량으로 타격하는 것입니다.

북핵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 하니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고, 북한에도 경고를 보내야 하니 ‘우리도 이런 대비책을 갖고 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3축 체계 발표 당시에 우리가 갖고 있던 전력은 별로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미래에 이러저러한 체계를 갖추겠다는 계획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마저 좀 무리한 목표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한반도에서 구현이 가능한 것인가? 비용 대비 효과가 적정한가?’라는 의문이 그것 입니다. 이 모두가 한반도 전장이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주말 북한이 시험 발사한 것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일단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단거리 미사일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의 경우 수 분 내 발사 준비가 끝나므로 킬 체인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단거리 미사일이므로 총 비행시간이 5분 이내일 것이고, 비행 고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요격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기술적 난제가 너무 많습니다.
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북한이 4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

3축 체계 구현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됩니다. 수 십 조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나마 2020년대 후반에야 완성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을 새로 고도화하면 이에 대응하여 뭔가를 또 만들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현 정부는 과거와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에 무한 군비경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키자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기조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군사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닙니다.

9.19 군사합의가 체결되고 전향적 조치가 취해졌지만 우리도 북한도 항구적 평화를 향한 결정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취하는 데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들이 먼저 움직이지 않아 답답하고, 북한은 북한대로 우리가 F-35를 도입하는 등 전력증강을 지속하고 있어 불만입니다.

실제로 현 정부의 국방예산을 살펴보면 기존에 계획한 3축 관련 무기체계 획득 사업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거나 오히려 더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하여 정책패키지의 명칭과 개념을 바꿨지만 정치 수준에서 변화가 사업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전향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않고 막연히 북한이 변하길 기다리니 일이 되겠느냐며 쓴 소리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의 변화가 피부에 와 닿는 변화로 이어지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을 인내하지 못하면 무한 군비경쟁의 악순환이 되풀이 됩니다. 그 어느 때 보다 남북 양측의 자제와 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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