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상응조치로 ‘제재해제’→‘체제보장’ 선회…왜?

  • 뉴스1
  • 입력 2019년 4월 16일 06시 14분


코멘트

제재 둘러싼 현실적 여건 고려·핵개발 의도와 논리적 모순
관계개선·평화체제 구축·군사적위협 제거 요구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 2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2019.4.13/©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 2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2019.4.13/© 뉴스1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비핵화 상응조치로 베트남 하노이 회담 때의 ‘제재해제’에서 앞으로는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 제거’로 선회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어 주목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1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분석 자료를 통해 “(대미) 협상안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제재해제 중심의 상응조치 요구로부터 탈피 가능성을 함축”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략연은 김 위원장이 지난 12일 시정연설에서 “(북미) 쌍방이 서로의 일방적인 요구조건들을 내려놓고 각자의 리해관계에 부합되는 건설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에 주목했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작년 초반에 보면 북한이 요구한 건 제재 해제가 아니고 체제 안전 보장이었다”며 “하노이에서 조급한 모습을 보였고, 상대적으로 미국에 있어선 (제재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걸로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하노이 회담 직후인 지난 3월 1일 밤 긴급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본래 안전 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보고 부분적 재제 해제를 상응조치로 제기한 것”이라고 한 점은 북한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4일 “조선이 제재해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다른 행동조치로 저들의 적대시정책 철회 의지와 관계개선 의지, 비핵화 의지를 증명해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된다”고 강조한 점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대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하노이에서 제재를 끌고 나오는 바람에 스스로 모순에 빠졌다. 제재가 있을 줄 뻔히 알면서도 안보를 위해서 핵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만들어놓고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5일 평양을 방문한 남측 특사단에게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더 이상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기동 전략연 부원장은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 상응조치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 대안을 모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신규제재 중단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상응조치로 다른 걸 얘기하겠다면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나온 센토사 합의에서 1번(관계개선)과 2번(평화체제 구축) 항은 북한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적대 정책 철회 방안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7일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과 군사적 위협 제거를 위해선 ‘9.19 남북군사합의서’ 이행 완료와 본격적인 운용적 군비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규모 한미군사연습의 횟수와 규모 축소, 훈련 중 ‘핵타격수단(전략자산)’의 반입 금지 공약, 미국의 핵태세보고서(NPR) 등 대외 군사전략서에서의 대북 핵무기 사용위협 및 사용금지 공약의 명문화를 거론했다.

다만, 조 전 위원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일환인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력) 제공’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에 대해선 “(지역 안정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이후에도 지속적인 주둔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