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선희 “美에 영변 핵시설 다 내놓겠다고 했다”…비핵화 의지 묻자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13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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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한의 말장난” 비판에 재차 반박 나선 北
32시간동안 기자들과 세 차례 접촉하며 북한 입장 강변
“김 위원장, ‘미국식 비핵화 계산법’ 이해 어려워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전히 ‘미국식 비핵화 계산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최선희 북한 외무상 부상이 2일 밝혔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엔 답변을 거부했다.

최 부상은 이날 오전 8시경 김 위원장 숙소인 멜리아호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미국 계산법 이해 안 된다는 김 위원장 입장에 변함없나’라는 질문에 “그렇다. 변함없다”라고 답했다. ‘미국의 요구가 무리했다고 보느냐’란 질문에도 그는 “그렇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회담 종료 후 트위터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친분을 계속해서 과시하고 있음에도 하노이 합의 결렬로 비핵화 대화 대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위협을 이어간 것이다.

최 부상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전부를 협상 테이블에 내놨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영변은 다 내놓는다고 했다”며 “(실무협상 과정에서) 명백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왜 영변 핵시설의 일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그건 모르겠다”는 것. 북미는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비핵화 조치로 영변핵시설의 전부를 내놓기로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을 진행 중이다.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북한이 제재 해제의 ‘일부’만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말장난’이라고 반박한 데 대해서는 “입장은 다 밝혔다. (리용호) 외무상 동지가 밝힌 그대로다”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2016~17년 부과된 유엔 안보리 제재에 대한) 일부 해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변함없느냐’는 질문이 여러 차례 쏟아졌으나 이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 부상은 대답을 대신해 짧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최 부상은 1일부터 활발하게 한국 언론과 접촉하며 북한 측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베트남 공식친선방문 마지막 일정인 호치민 묘소를 참배하러 숙소를 떠나기 1시간 반 전인 2일 아침에도 기자들이 모여 있는 1층 로비를 통해 계단으로 2층 식사장소로 이동하며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최 부상은 1일 0시 15분경 리 외무상과 함께 긴급기자회견에 참석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도 멜리아호텔 로비에서 기자들을 만나는 등 32시간동안 3차례나 기자들과 접촉해 직접 북측 입장을 전달한 것. 외교소식통은 “북측 실무협상 대표가 최 부상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로 바뀌면서 최 부상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번 회담 이후 행보를 보면 최 부상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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