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탄 수출, 석유 반입, 노동자 송출’ 요구… 핵심 제재 모두 포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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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하노이 노딜’ 후폭풍]北 제재해제 요구는 전면? 일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후 미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전용헬기인 ‘마린원’에서 내리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한 차례 손을 흔들기는 했지만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오후 미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해 전용헬기인 ‘마린원’에서 내리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한 차례 손을 흔들기는 했지만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워싱턴=AP 뉴시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한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일부 해제였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면 해제 요구” 주장을 반박했다. 리용호는 “유엔 제재 총 11건 중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5건을 먼저 해제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5개 제재가 석유 수입 제한이나 석탄, 철광석 금수 조치 등 북한의 핵심 경제 봉쇄 요소들을 담고 있어 사실상 경제 제재 전부를 풀어 달라고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 제재 5건이 북한 경제 봉쇄의 핵심



리용호가 언급한 2016년 이후 제재 5건은 기관 및 개인에 대한 제재(2356호)를 뺀 2270, 2321, 2371, 2375, 2397호로 추정된다.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 강도에 비례해 제재 강도를 높였기 때문에 고강도 제재들이 이 시기에 집중돼 있다. 북한이 4, 5,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자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 철광석 수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했고(2371호), 북한에 사상 첫 원유 공급 제한과 석유제품 금수, 해외 노동자 신규 허가 금지 조치(2375호)를 결정했다.

2017년 12월 가장 마지막으로 통과된 결의 2397호는 북한산 식품과 농산물, 전기장치의 수출을 금지해 사실상 북한의 주요 수출 품목을 다 막았다.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중 하나인 해외 북한 노동자들도 올해 말까지 모두 귀환시켜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수출을 틀어막아 경제적 고립을 가져오는 데 의의가 있다. 경제 제재 중 수출 관련 제재가 가장 먼저 도입된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의 외화벌이를 줄이고 나아가 국내 산업 생산을 위축시켜 돈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게 하는 것.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대북 경제 제재 분석 보고서에서 “가장 마지막 제재인 2397호가 완전히 작동할 경우 제재 이전보다 북한 수출액이 90% 이상 감소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basically)’ 북한이 대북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제재 결의 숫자로는 북한의 말처럼 ‘일부’가 맞으나 제재의 효과 측면에서 보면 북한 경제의 95%를 틀어쥐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제재 해제부터 시작하자는 북한, 미국은 “No”

대북제재 해제 시점과 기준을 둘러싼 북-미 간 인식 차도 하노이 선언의 결렬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미국 전문가 참관 아래 영변 핵물질 시설 영구 폐기 △핵·미사일 실험 영구 중단을 약속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비핵화로의 노정에는 반드시 이런 첫 단계 공정이 필요하다”며 제재 해제가 비핵화 논의의 입구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영변+α, 즉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까지 요구한 미측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필리핀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일 “(북한이) 이 제재들은 미국의 제재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찬성표를 던진 유엔 안보리의 결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실행 조치 제안들이 충분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일 오후 기자들을 만나 “유엔 제재들은 (미사일 발사 등) 그런 행동이 행해지지 않는 경우엔 해제하도록 되어 있다”며 “15개월간 계속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있는데 유엔 제재를 해제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당 (해제) 프로세스가 진행되어야 할 유엔 제재들이 (우리가) 영변 핵 폐기를 해도 안 된다고 이러니까 이런 계산법이 혼돈이 온다”고 말했다.

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노딜#북한 제재해제#핵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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