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제재까지 섞어 “11건중 5건뿐” 물타기한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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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요구 5건 외엔 ‘무기 규제’… 경제 옥죄는 효과 미미한 수준
강제성 없는 제재도 건수에 추가, ‘일부 요구’ 강조하려 숫자 부풀려

“유엔 (대북)제재 총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년까지 (결의된) 5건을 먼저 풀어 달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 밝힌 요구사항에는 다소 ‘낯선’ 숫자들이 등장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총 결의 개수가 널리 알려진 10개보다 1개가 더 많다. 민생 경제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한정했지만 2016년 이후 2017년 12월까지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도 5개가 아닌 6개다. 북한의 이런 ‘기묘한 계산법’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까.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제재 11개 중 5개를 풀라’고 한 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제재 숫자보다 분모를 키우고, 분자를 줄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유엔 대북제재 요구가 “숫자로 보면 그리 과한 수준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의 1차 핵실험 후 2006년 10월 통과된 1718호를 기점으로 세기 때문에 총 10건으로 통용된다. 그런데 북한은 1718호보다 3개월 앞선 그해 7월 결의된 1695호를 포함시켜 세고 있다.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직후 내려진 미사일 관련 물자 및 기술 이전 금지 결의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제재 총 건수에서 제외돼 왔다.

북한이 우선 해제를 요구한 민생경제 관련 제재 ‘5건’은 숫자로 보면 10개든 11개든 절반 수준이지만 석유 수입과 석탄 수출 등을 제한하는 핵심적 경제 제재들이 담겨 북한 경제의 숨통을 직접 죄는 것들이다. 5건 외에 다른 유엔 대북제재들은 경제 제재라기보단 미사일 도발 등을 직접 규제한 것이라서 북한 경제를 옥죄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요구한 것은 사실상 대북제재를 전면적으로 풀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하노이=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차 북미 정상회담#하노이 노딜#북한#제제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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