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임명 민갑룡 두고 여당 공격·야당 방어…이례적 상황 벌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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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는 현 정부에서 임명한 민갑룡 경찰청장을 두고 여당이 비판하고 야당이 옹호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발단은 2016년 7월 15일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시위 현장을 방문한 당시 황교안 국무총리의 차량이 주민 A 씨의 차량과 부딪혔던 사건에서 비롯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사고 현장을 담은 경찰차 블랙박스가 편집된 채 법원에 제출됐다”며 포문을 열었다.

당시 A 씨가 도로를 가로막고 있다가 일부러 황 전 총리 차량을 부딪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뒤 일부 성주 주민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정부는 경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했는데, 영상 일부가 편집된 게 석연찮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질문에 “정확한 경위를 모르겠다”며 당황한 민 청장을 감싼 건 의외로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경찰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한 것을 두고 경찰청장을 닦달하고 강요하는 건 여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 국무총리 흠집내기를 자제해 달라”고 받아쳤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 차기 당대표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에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경북경찰청 국감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사안인데 종합국감에서 경찰청장이 ‘모르겠다’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도 “내가 (국회의원) 6년 동안 했던 질의 중 가장 좋았다”며 “관련 소송에서 피고 5명 중 4명이 경찰인데 당연히 경찰청장이 정확한 경위를 알아야 한다”고 호응했다. 야당 간사인 이 의원이 “여당 의원들이 옛날 야당 모습을 보인다”며 “사안을 잘 모르는 민 청장을 두고 강압적으로 하는 건 유감”이라고 맞받아치며 국감이 파행 직전으로 치달았다.

사태는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이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국회의원 모습이 이런 것이고 이래서 국민들이 국회의원 세비 아깝다고 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놓은 뒤에야 파행 없이 마무리됐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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