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 대신 신뢰 말했지만…北리용호 ‘뼈 있는’ UN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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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30일 1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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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핵 해제 절대 없어…제재 굴복은 망상”
폼페이오 방북 앞두고 美 마뜩잖을 주장 쏟아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9.30/유엔 제공 © News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8.9.30/유엔 제공 © News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6일(현지시간) 제73차 유엔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2018.9.27/뉴스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서 미국에 신뢰구축을 위한 상응조치를 압박하며 뼈있는 연설을 내놨다.

리 외무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면서도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조미(북미)공동성명의 이행이 교착에 직면한 원인은 미국이 신뢰조성에 치명적인 강권의 방법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갖게 할 때에만 (비핵화가)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설은 북한이 그간 관영매체 등을 통해 밝혀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된 유엔총회에서 나온 북한의 공식 외교 메시지여서 의미가 크다.

리 외무상은 “상대방을 불신할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면 미국보다 우리에게 그 이유가 훨씬 더 많다”며 조목조목 근거를 대는가 하면, 북미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미국 내의 비관론은 “국내정치와 관련된” “훼방”이라고 일갈했다.

또 “만일 비핵화 문제의 당사자가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남한)이었더라면 조선(한)반도의 비핵화 문제도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한미를 비교하기도 했다.

고위급 재접촉을 앞둔 대화 상대방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감사”를 표하기까지 한 미국으로선 마뜩찮을 대목이다.

리 외무상은 미국의 대북제재 유지 방침을 겨냥해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했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의 완화·해제를 검토하지 않는 데 대해 “(평화기류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주한 유엔군사령부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물론 리 외무상의 연설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과 비교하면 훨씬 유화적이다. 당시 리 외무상은 김 위원장을 대신해 트럼프 대통령과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김정은은 그와 그의 정권을 위한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말하자 리 외무상은 “자살 공격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라며 그를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악통령” 등으로 표현했다.

또 “핵 보유는 자위적 조치”라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지도부 세력에 대한 참수나 군사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리 외무상의 연설은 북미가 올해 들어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하고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를 진행 중인 ‘변화’의 맥락 속에서 읽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미국의 심기를 거스를 행보를 자제하면서 북미 비핵화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벌여온 것에 비춰보면 리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은 수위가 세다.

리 외무상이 단호하게 ‘할 말은 한다’는 자세를 취한 것은 본격 재개를 앞둔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호락호락하게 미국이 원하는 것만을 내어주진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드시 상응조치를 받아내겠단 것이다.

미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 계획이라고 공식화하고 이를 준비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내달 방북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리 외무상 연설에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고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리 외무상은 “국제사회는 응당 조선(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공고한 평화를 위해 우리가 내린 결단과 우리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화답해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려는 우리의 노력을 지지 고무해야 할 것”이라며 “(유엔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같게는 미국’이라는 오명을 하루빨리 털어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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