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70만개 달린 서비스산업法, 7년째 국회 캐비닛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치 실종에 무너지는 경제]<3>시민단체 눈치에 입법 지연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며 핵심 경제 법안들이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회에 쌓여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지연되며 핵심 경제 법안들이 국회 본청 법제사법위원회에 쌓여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일자리 창출 여력이 많은 유통, 의료,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안’(서비스법안)이 7년째 국회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다. 국회에서만 수십 회에 걸쳐 법안 타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지만 시민단체와 이익집단의 반발을 끝내 넘지 못해 표류 중이다.

정부 역시 지지 기반인 시민단체의 반발을 설득할 논리를 찾지 못한 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국회와 정부가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어디까지 서비스업인가’ 두고 소모전

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서비스법안은 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고 각종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어떤 산업에 얼마나 지원을 강화하느냐 식의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산업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서비스 산업 규제 개혁의 법적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2012년 처음 정부 발의된 뒤 7년간 국회에서 표류하는 이유는 ‘서비스 산업’의 범위를 과연 어디까지로 보느냐를 두고 국회와 시민단체, 정부가 이견을 빚고 있어서다. 서비스법안 제2조에 따르면 서비스 산업은 ‘농림어업이나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산업’이다. 유통, 의료, 관광, 언론, 문화, 영상 등 대부분의 산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 언론, 철도, 의료 등 공공적 성격을 띠는 산업까지 민영화될 수 있다며 서비스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 시민단체에 발목 잡힌 법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한 강연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정부 지지 세력의 반대가 심한데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쇼크 등으로 연 3% 성장률에 먹구름이 낀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서비스법을 이념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지지 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는 서비스법안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참여연대는 “의료 교육 사회복지서비스 언론 등 공공 서비스가 시장논리 및 산업논리의 지배를 받고 이 경우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서비스법을 반대하고 있다.

이익집단의 반대도 국회와 정부 모두에 부담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달 “서비스법은 국민의 건강권이 아닌 경제 논리를 기반으로 재벌 등이 의료를 장악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우려가 높다”며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으면 13만 의사 회원의 전면 투쟁이 있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경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보건 의료를 서비스법 적용 대상에서 빼자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산업 발전 측면에서 과연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이라며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 “법안 통과하면 일자리 69만 개 늘 것”

전문가들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서비스업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제조업 기반의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경제 발전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서비스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직원 수 증가율은 전년 대비 기준 2013년 4.6%에서 2016년 1.0%로 줄었다. 같은 기간 유통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은 29.4%에서 30.2%로 늘어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서비스법안이 통과하면 2030년까지 최대 69만 개까지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법안이 나온 만큼 지속적인 성장동력 개발과 일자리 확충을 위해 서비스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서비스산업법#국회#시민단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