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정문에 경호원들 세워놓고 지하로 이동… 숨바꼭질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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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실세’ 칼둔 방한]전일정 비공개… ‘007 작전’ 방불
공항 계류장서 곧바로 시내로… 차량에 UAE 국기도 달지않아
원전 발주 원자력공사 이사도 동행
“원전-군사협력 뭐가 더 중요한가”… 본보기자 질문에 대답없이 미소만
9일 문재인 대통령-임종석 실장 만나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43)은 8일 오전 9시 13분 국적도 항공사 이름도 없는 새하얀 전용기를 타고 서울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왕세제의 최측근인 그의 방한 첫날 일정은 ‘007 작전’처럼 은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접견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일정이 비공개였다.


칼둔 청장은 김포공항 게이트를 통해 나오는 일반적인 입국 방식 대신 계류장에서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서울 시내로 이동했다. 법무부의 입국 심사는 전용기 안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국 정부가 방한한 외국의 장관급 인사들에게 제공하는 ‘외빈’ 번호판을 단 에쿠스 VL500 승용차를 이용했다. 차량에 UAE 국기는 달지 않았다.

그가 처음 방문한 곳은 서울 강남구 GS그룹 본사. 낮 12시 12분경 도착한 그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과 티타임을 갖기 위해 지하주차장의 예약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할 때도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에드워드 권 식당 들어서는 칼둔 청장 8일 방한한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 4층 식당 ‘랩24’에 들어서고 있다.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그는 이날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세균 국회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났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에드워드 권 식당 들어서는 칼둔 청장 8일 방한한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 4층 식당 ‘랩24’에 들어서고 있다.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그는 이날 허창수 GS그룹 회장, 정세균 국회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달아 만났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칼둔 청장의 승용차는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에 오후 1시경 도착했다. 도착 20여 분 전부터 경찰 경호원들과 호텔 직원 여러 명이 정문과 로비에 서 있었지만 칼둔 청장은 지하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있는 식당 ‘랩24’로 곧바로 이동했다. ‘눈가림 작전’을 쓴 것이다. 랩24는 UAE 두바이에서 오래 활동한 에드워드 권(한국명 권영민)이 대표 셰프로 있는 식당이다.

식당 앞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마주친 칼둔 청장은 ‘원전 건설과 군사 협력 중 어느 게 더 중요한 사안이냐’는 질문에 대답 없이 웃으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허용수 GS EPS 대표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배석자 4명은 모두 칼둔 청장의 수행원이었다. 식당 예약은 GS 측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뉴는 대관령산 한우 스테이크, 바닷가재, 광어 등 코스 요리였다. 셰프 에드워드 권은 “어제 저녁 급하게 연락을 받아 할랄 고기(이슬람 율법으로 도축한 소·닭·양 고기)로 요리를 준비하진 못했지만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와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칼둔 청장은 서울 여의도 국회로 이동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접견했다.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만 짓고 답변은 하지 않았다. 정 의장을 접견한 칼둔 청장은 광진구 워커힐호텔 애스톤하우스로 이동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1시경 숙소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로 돌아왔다.

칼둔 청장의 방한에 동행한 UAE 인사 5명 중에는 데이비드 스콧 아부다비 행정청 이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콧 이사는 현재 UAE 원자력공사(ENEC) 이사를 맡고 있다. ENEC는 2009년 한국 정부가 수주한 UAE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을 발주한 기관이다. 스콧 이사는 한국전력공사와 ENEC가 현지 원전 공사 진행을 위해 합작 설립한 ‘나와 에너지 회사(Nawah Energy Company)’의 부위원장으로도 등재돼 있다.

다른 동행 인사는 압둘라 사이프 알 누아이미 주한 UAE 대사와 리드 알 무까라브 UAE 국부펀드 부사장, 압둘라 쿠리 아부다비 행정청 이사, 마지드 알 아메리 아부다비 행정청 대리다.

칼둔 청장은 9일 청와대를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뒤 UAE에서 만났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전에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칼둔 청장은 10일 0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리버티국제공항으로 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형 turtle@donga.com·황성호·김동혁 기자
#uae#비공개#칼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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