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문재인 대통령 소신대로 했으면 나라 적화…MBC에 관여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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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7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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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기소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이사장은 27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나라가 적화되는 길을 갔을 것”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방문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를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이날 국감은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날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고 이사장이)‘문재인은 공산주의자고,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 적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됐으니까 지금은 적화되는 과정이냐”고 물었다. 이에 고 이사장은 “문 대통령께서 평소 소신대로 했으면 적화되는 길을 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고 이사장은 2013년 한 우익성향 단체의 신년모임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산주의자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5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하는 등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같은 해 기소됐다.


고 이사장은 이어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방문하겠다’ 또 ‘사드배치 안 하겠다’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다 바뀌고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말문이 막힌다. 뻔뻔스럽다.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자리가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자리인지 모르겠다”며 “(고 이사장의)비상식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인식과 언행이 MBC 신뢰도 저하, 경영악화에 책임 없다고 보시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고 이사장은 “저는 MBC 보도·제작·편성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다. 저 때문에 MBC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라고 받아쳤다.

박 의원이 “국정원의 MBC 장악 전략 문건 관련 보도를 본 적 있느냐”고 묻자 고 이사장은 “주의 깊게 본 적 없다”며 “내가 방문진 오기 훨씬 전 일인데 뭐 하러 관심 있게 보겠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 직(방문진 이사장)에 있으면서 국정원장 만났는가”라고 물었고, 고 이사장은 “사생활에 관한 것이기에 말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의원이 “두 분이 개인적으로 할 일 없어 만났나”고 응수하자 고 이사장은 “국정원장은 전에도 애국활동을 하신 분이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MBC가 건강하게 잘 운영 되고 있다고 보나”는 박 의원의 질문에 고 이사장은 “운영의 어려움이야 겪고 있다. 그 어려움은 언론 장악 문건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또 “어떤 분은 MBC가 파업으로 라디오에서 음악만 들려주고 영화 편집해서 보여주니 더 좋다더라”며 대중이 MBC를 보고 있는 시선을 전달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그렇게 말을 한 취지는 MBC가 그동안 좌편향적인 언급을 해 왔는데 이제 듣지 않아서 좋다, 그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의 발언 이후 국감장에서는 잠시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또 이날 국감에서 같은 당 김성수 의원은 “그간 고영주 이사장의 언행을 보면서 경악했다”며 “그만큼 배우고 사회적 지위에 오른 사람이 황당한 주장을 넘어 확신에 차서 하는지 의문이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답을 찾았다. 바로 과대망상”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고 이사장의 사회적 판단 능력이 의심스럽다. 그런 사람에게 무엇을 물어보고 정상적 답변을 들을지 기대할 여지가 없어 오늘 고영주 이사장에게 질의하지 않겠다“고 ‘질의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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