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입맞춤 했나…바른정당, ‘유승민 비대위’ 놓고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23시 01분


코멘트
이혜훈 전 대표의 사퇴로 지도부 공백 상태인 바른정당이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창당의 주역인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유승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놓고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11일 ‘유승민 비대위’ 합의가 전날 김 의원 등의 제동으로 무산된 데 대해 “정치적 합의가 되면 제가 (비대위원장 수락을) 결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면서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대표가 궐위된 때로부터 30일 내(최고위 의결로 조정 가능)에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 대표 경선에 직접 출마해 당원들의 선택으로 정면돌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김 의원은 전날 만찬에서 “사당화 우려가 있다”며 ‘유승민 비대위’로 흐르던 합의의 방향을 틀었다. 이어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당분간 당을 이끄는 게 맞다”며 “(새 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바른정당은 유승민 당도, 김무성 당도 아니다”라며 “바른정당은 누구의 사당이 될 수 없는 당”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이미 ‘주호영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됐는데 정치적 상황 변화를 좀 더 지켜보자는 것”이라며 “지금 자강론이든, 통합론이든 (당의 진로를 놓고) 우리끼리 결론을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자칫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당내 분열만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통합론과 자강론이 양분돼 있는 게 아니다. 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하지 않고는 (자유한국당과) 합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내 이견도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김 의원과 가까운 김용태 의원은 라디오에서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는데 섣불리 비대위로 가는 형태보다는 시간을 갖고 당내 의견들을 모아나가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과 가까운 지상욱 의원은 성명을 내고 “최고위에서 토론된 내용을 몇 사람이 밥 먹으면서 뒤집어 버렸다. 즉각 당원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 13일로 예정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의 진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과 함께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