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끊었던 김무성 의원이 105일 만에 술을 마신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1일 0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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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하는 김무성과 유승민
뽀뽀하는 김무성과 유승민
“동지 여러분 바른정당과 우리 모두의 우정을 위하여”

10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 바른정당 소속 의원 18명과 핵심 당직자 등이 모였다.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6선의 김무성 의원이 중국술 백주를 일일이 따른 뒤 건배사를 제안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금품 수수의혹으로 7일 물러난 이혜훈 전 대표의 공백을 4선의 유승민 의원이 메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한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99%가 유 의원이 독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고 두문불출하다가 만찬장에서 기자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각오가 되어 있다. 아침에 페이스북에 글을 썼고, 그게 제 생각”이라며 사실상 수락 의사를 밝혔다. 앞서 유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는 글을 남겼다. 유 의원은 이 글에서 “허허벌판에 나와서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 보자고 했던 우리가 편하게 죽는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사즉생! 바른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처한 지금 죽기를 각오한다면 못 할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마음이 움직여줄 때까지 몇 년이고 일관성 있는 노력을 끈질기게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당과의 합당론이 나오는 시점에서 유 의원은 다시 한 번 자강론을 강조한 것이다.

만찬 도중 보수통합론을 강조해온 김 의원과 자강론자인 유 의원이 갑자기 뽀뽀를 했고, 의원들의 당내 화합을 상징하는 장면이라며 최고위원들이 휴대전화로 이 장면을 찍었다. 김 의원은 최근 104일 동안 술을 끊었다가 이날 105일 만에 다시 술을 마셨다. 이날 만찬에는 이 전 대표와 정병국 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20명 중 18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당의 미래와 내년 지방선거 등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

한 참석자는 만찬 뒤 “굉장히 생산적이었다. 결국은 유승민 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만찬이 끝난 뒤 “나는 거론되는 당사자니까 우리 당원들도 의견이 있으니까 기다려볼게. 당에서 결론을 내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한편 바른정당은 11일 최고위원회의, 13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등을 거쳐 비대위 체제 가동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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