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때 대통령 사돈기업에 칼겨눠… ‘검찰 수사의 정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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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검찰총장에 문무일 지명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 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문무일 부산고검장(56·사법연수원 18기)은 검찰 수사의 정석을 몸소 실천해 온 검사로 정평이 나 있다. 검찰 수사 교본에 문 후보자가 담당했던 사건의 수사 지휘 사례와 수사 기법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문 후보자 지명엔 정도에 어긋나지 않는 검찰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전남 무안 출신의 박상기 연세대 교수와 광주 출신인 문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각각 장관과 총장으로 임명되면 법무, 검찰의 수장이 모두 호남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12년 전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전남 신안)-김종빈 검찰총장(전남 여수) 이후 처음이다.

○ 꼼꼼한 수사 지휘로 ‘지존파 사건’ 규명

문 후보자는 검찰 내 손꼽히는 ‘특별수사통’이다. 문 후보자가 다른 검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특수통이 된 것은 전국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엽기적인 ‘지존파 살인사건’을 해결한 성과 덕분이었다.

1994년 당시 전주지검 남원지청 검사였던 문 후보자는 경찰로부터 전북 장수군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사건 보고를 받았다. 차량이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운전자 이모 씨(당시 34세)가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내용이었다.

무심히 넘길 수도 있는 사건이었지만 문 후보자는 숨진 이 씨가 신발을 신지 않은 점과 추락사고에도 불구하고 차량이 거의 부서지지 않은 점을 눈여겨봤다. 문 후보자는 자동차 추락현장을 답사하고 부검 내용을 살펴본 뒤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판단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지존파 살인사건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이다.

이처럼 기본을 중시하고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문 후보자의 수사 스타일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방침과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후보자는 4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검으로 출근하며 검찰 개혁에 대해 “검찰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권익과 인권을 위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데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이 원하는 것, 시대정신이 바라는 것을 성찰해 좋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경청 능력을 문 후보자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고 있다. 문 후보자가 부장검사였을 때 한 야당 국회의원이 문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불만과 울분을 1시간 넘게 쏟아냈다. 문 후보자는 통화 내내 군말 없이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고, 이후 해당 의원은 문 후보자의 팬이 됐다고 한다. 한 검찰 간부는 “문 후보자가 변호인, 후배 검사 등의 이야기를 권위의식 없이 친절하게 잘 들어주는 까닭에 주변에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 “강자의 ‘갑질’에 단호”

문 후보자의 검찰 내 별명은 ‘선비’다.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서 효성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게 그 대표적 사례다.

당시 검찰 수뇌부는 현직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을 수사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효성의 비자금 관리자를 조사 도중 체포했고, 이 일로 윗선의 눈 밖에 났다. 이후 문 후보자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을 때까지 줄곧 민감한 사건을 담당하는 요직에서 배제됐다.

또 문 후보자는 ‘갑질’ 범죄에 대해 단호한 모습을 보여 왔다. 2014년 서울서부지검장 때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구속한 일이 단적인 예다. 문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되면 사회 곳곳에 뿌리박힌 ‘갑질’ 청산에 검찰이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발탁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과는 중수부에서 각각 중수1과장과 연구관으로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서울서부지검이 수사하던 ‘변양균-신정아 게이트’ 수사팀에도 함께 파견됐었다.

△광주(56) △광주제일고 △고려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18기 △대검 중수1과장 △인천·부산지검 1차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서울서부지검장 △대전지검장 △부산고검장

강경석 coolup@donga.com·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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