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옥사 안 하고 밖에 나가 죽었으면 하는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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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28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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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약을 받으라고 독배를 들이밀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본인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33차 공판에서 “제가 모시던 대통령이 탄핵받고 구속까지 됐는데, 비서실장이 잘 보좌했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겠느냐 하는 정치적 책임을 통감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특별검사팀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못 보좌했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김 전 실장은 “과거 왕조 시대에서 망한 정권이나 왕조의 도승지를 했으면 사약을 받지 않았는가”라며 “탄핵받고 완전히 무너진 대통령을 제가 보좌했는데, 가능하다면 재판할 것도 없이 ‘사약을 받으라’며 독배를 들이밀면 깨끗이 마시고 끝내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 정치적 사건을 형법 틀에 넣어 맞추려니 수많은 증인이 오가고 재판관들에게도 큰 폐를 끼치고 있다”라며 “그런 점에서 무너진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다는 자체에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특검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판에 대해서는 전혀 잘못한 바 없고, 단지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는가”라고 묻자 김 전 실장은 “그런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은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호소하면서 “옥사 안 하고 밖에 나가 죽었으면 하는 소망이다”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스탠트라는 금속 그물망이 제 심장에 8개가 꽂혀 있다. 매일 자기 전에 오늘 하루 살아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한다”라며 “언제 이것(심장)이 정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지내고 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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